만나면 좋은 친구 박만성 1

by 김운용


그때가 벌써 이십삼사 년 전쯤 되나 보다.

본사에 근무하다 박만성이가 근무하는 지사로 전보가 되었다.

업무분장이 정해져 내 자리에 갔는데 건너편 자리에 박만성 그 친구가 있었다.


지사로 첫 출근한 지 한 시간도 채 안 지나 미처 자리도 정리하지 않은 채 흡연실로 가 서로 불을 붙여주며 담배부터 한 개비씩 나누어 피웠었다.


바로 그 자리에서 의리맨 박만성이는 다짜고짜 나이를 묻고는 갑자라며 앞으로 편하게 말 놓고 친구로 지내자 했었다.


두말없이 악수를 하고선 저녁에 퇴근하고 한잔하자며 후일까지 도모했었다.


이전부터 나의 존재에 대해선 익히 알고 있었던 터라 부담도 없었겠지만 어쨌든 직접 대면을 하며 대화를 주고받은 건 그날이 처음인데 암튼 박만성 그 친구와의 첫 만남부터 특별했었다.


내 친구 박만성 그는 너무 착하고 소탈하고 인간성아 좋은 친구라는 조건을 두루 갖춘 굳 프렌드다.


지사에서 근무하는 게 실질적으로는 처음이고 민원 관련 업무는 공부도 해야 하고 경험도 있어야 해서 조금 신경이 쓰였는데


의리로 뭉친 박만성 왈,


" 김용식 씨. 염려 마시요. 머리가 좋고 어려운 일 많이 겪은 분이니 골치 아픈 민원처리도 거뜬히 처리할 수 있으니 걱정 말라. 내가 도와주겠다. "


며 첫인상부터 따뜻하고 푸근한 인간미 찐하게 풍겨준 그 말 그 모습 앞으로도 오랫동안 잊혀지지 않을 것이다.


그 뒤로 박만성을 비롯한 우리 지사 내 62년생 호랑이띠 네 명은 남다른 특별한 우정을 겹겹이 쌓아갔다.




남자들 세계에선 의리가 친분을 규정하는 최고의 척도다.

육십 대 입구에 살짝 발을 디딘 우리 나이에도 그 기준은 변하지 않는다.

어려운 일이나 힘겨운 일이 생겼을 때 자리를 함께 해주고 같이 고민하고 팔이라도 걷어붙여주는 인간미를 의리라 부르며 절친한 정도를 구분한다.


자꾸 남자, 의리를 거론한다고 해서 절대로 남성우월주의자는 아니다. 남자답게 용기 있게 행동해야 한다는 순수한 마초적 기질일 뿐이다.


여성의 권리는 평등하게 지켜줘야 하며 남성으로부터 가해지는 폭력이나 특히 성폭행 같은 반인간적인 범죄에 대해서는 사회적으로 근절시켜야 한다는 입장이다


인간은 누구나 평등해야 한다는 입장을 전제로 친구 얘기를 다시 이어보자면


나 역시 우리나라 교육제도에 따른 매 시기마다 절친한 친구들이 있었다.

국민학교를 함께 다던 고향 친구 네댓 명, 고등학교 친구들 역시 대여섯 명, 사회에 나와 나이도 같고 오랫동안 같이 일하면서 친분이 두터워져 절친이 된 직장 내 친구들 대여섯 명 정도 되니까 꽤 많은 편이다.


나이와 관계없이 친분을 유지하는 가까운 사이도 있지만 같은 나이 동갑내기 친구와는 개념을 달리해 구분을 한다.


동갑내기 친구들 아니면 남자들 세계에선 아무리 절친해도 형 동생으로 서열을 기본으로 정한다.


나이 들면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는 이른바 수컷들의 알량한 권위의식의 발로가 아닌가 싶지만 대부분의 남자들이 그놈의 질서와 서열을 기준으로 친구를 구분하고 있다.


나 역시도 그 기준에 충실해 삼십 년 가까이 절친하게 지내온 오랜 친구들이 있는데 오늘은 박만성 이 친구의 얘기를 써보려 한다.




박만성.

내 인생 통틀어서 시간과 장소를 구애받지 않고 집 밖으로 불러내 한잔 술을 기울일 수 있는 몇 안 되는 친구 중 하나이다.


직장동료로서만이 아니라 이십 년 넘도록 변함없이 모임도 같이 해오고 있다.


정치적으로도 진보적인 성향이고 조직 문제나 정신세계와 연관된 의식도 보수적이거나 원리주의에 얽매이지 않고 아주 자유롭다.


동성애, 퀴어 리즘 문화 또는 퀴어축제를 보는 시각도 보편적인 인권의 측면에서 적극적으로 이해하는 편이다.

진보적인 정당에 가입한 적도 없는데 아마 천성적으로 너그러운 성격이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그 친구의 공식 직함 중 가장 눈에 띄는 게 한 가수의 팬클럽 부회장이다.


워낙 산을 좋아해 지방에 있는 산으로 1박 2일 산행을 갔다 오다 점심식사를 하려고 고속도로 휴게소에 들렀는데 갑자기 들려오는 노랫소리에 마치 무슨 계시라도 받은 것처럼 이끌려 노점상으로 들어가 지금 나오는 이 가수 CD 달라고 해서

두장을 사 가지고 나왔다.


그 뒤로 우릴 만날 때마다 그 여가수의 유튜브 동영상을 틀고 몸을 흔들어대며 시도 때도 없이 목청을 높여 핀잔도 수없이 받았다.


M.T를 가 서건 회식자리에서건 박만성의 레퍼토리는 영락없이 밧줄로 꽁꽁, 내장산, 사랑님을 불러댄다.


내 친구 박만성이가 부회장을 맡고 있는 팬클럽의 여가수는 김용임이다.


김용임은 1965년에 태어났으며 1984년 KBS 신인가요제에 목련이라는 노래로 가수에 데뷔했고 이후에도 몇 장의 음반을 냈으나 거의 알려지지 않아 오랜 기간 무명생활을 보냈다.


메들리 가수로 고속도로 휴게소 등에서부터 조금씩 반응이 좋아졌고 2002년 열두 줄이란 노래로 여러 행사를 뛰면서 대중들에게 널리 알려지게 됐다.


김용임은 정통 트로트 계보를 잇는 가수이다. 히트곡으로는 부초 내장산 사랑임 사랑의 밧줄 열두 줄 등이 있다.


박만성 이 친구는 연말마다 진행되는 어려운 이웃돕기등 김용임 자선콘서트며 팬클럽 후원행사에도 빠짐없이 참석해왔다.


그때마다 돈독한 친분을 과시하려고 의도적으로 찍은 김용임씨와의 다정한 포즈의 사진을 아무 거리낌 없이 꺼내 들고 광고를 했었다.


여기저기 관여 안 하는 데가 없을 정도로 분주하게 행동을 하고 다녀 주위로부터 오지랖이 넓다는 소리를 늘 듣고 사는 한마디로 좋은 친구다.


구청장에 출마하라는 농담을 들었을 정도로 발도 넓고 대인관계도 좋아 실제로도 지자체 선거에 출마하라는 권유도 받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