얄미운 포식자 호랑거미 1

by 김운용


거미줄에 걸려 바둥거리던 꿀벌 한 마리가 자꾸만 끈끈하게 감겨드는 거미줄로부터 벗어나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어 구해주려 다가가다 호랑거미가 쳐놓은 거미줄에 나도 걸렸다.


호랑거미는 화려하고 세련된 외모와 달리 욕심도 많은 대단한 능력의 포식자다.

인적이 드물거나 왕래가 거의 없는 곳에 끈적끈적한 방사형 그물을 쳐놓고 기다렸다가 그물에 걸린 대상을 포착하는 순간 줄을 타고 접근해 이미 사지가 포박당해 움직임을 상실한 먹잇감의 숨통을 끊어 버린다.




남루한 저녁 한때

끼니 걱정 하나 없이 마음의 빚도 없이

단 한 번 사랑을 위해


중략


너를 포획하기 위해 열두 번 허물을 벗어 허공으로 길을 낸다.


- 시조시인 성정현 님의 호랑거미 발췌-




일단 먹잇감들이 거미줄에 걸리면 그물망을 벗어나려 몸부림을 치는데, 숨죽여 기다리던 거미는 거미줄을 타고 재빨리 내려와 먹이를 끈끈한 동아줄로 꽁꽁 묶은 후 마취제를 주사해 반쯤 정신을 빼고 나서 상태를 살핀다.


특유의 소화액으로 먹잇감을 부드럽게 만든 뒤 성정현 시인의 묘사대로 아무런 마음의 빚도 없이 끼니 걱정을 해결한다.


끼니 걱정을 해야 할 만큼 곤궁할 때를 대비해 더러는 거미줄로 칭칭 감아 먹이를 저장하기도 하는데,

며칠째 내리는 빗줄기에 애써 쳐놓은 거미줄이 뜯겨 산 입에 거미줄을 쳐야 할

급박한 때는 즉석에서 먹어치워 버린다.




어제까지만 해도 영산홍 숲에는 거미줄이 없었는데 천적들이 뜸한 틈을 타 그새 그물망을 수직으로 쳐 놓았던가 본데,


무리로 다님을 즐기면서도 슬쩍 외따로 꽃술 한잔 입에 묻히려다 느낌이 별로 좋지 않은 거미줄에 그만 발목이 잡혀버린 꿀벌의 운명이 몹시도 맘에 걸렸다.


몸부림치는 걸로 봐서 아직은 살아있다.


거미가 내려와 마취제를 주사하기 전에 구해주려 다가가다 나도 느낌 별로인 거미줄에 걸린 것이다.


우리나라 거미 대부분은 사람에게 치명적 위험을 주지 않는다. 그래도 거미줄의 끈끈한 기억은 별로라 썩은 나뭇가지로 거미줄을 끊어 꿀벌을 꺼내 주었다.


사지에 처했던 충격이 껐던지 한동안 비틀거리던 꿀벌은 잠시 후 원래 자리로 날아가버렸다.


자신의 밥줄인 그물망이 거대한 인간의 손에 의해 끊겨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게 되자 점점 그물망을 넓히려 공사 중이던 거미는 자신의 신변에 위협을 느끼자 재빠르게 줄끝을 매달았던 나무기둥 끝으로 이동해 몸을 숨겼다.




거미는 모성애가 매우 강해서 지금과 같이 거미줄이 끊겨나가는 위기에서도 그물망에 칭칭 감아둔 알집을 먼저 보호해 안전지대로 이동시킨다.


알집을 벗어난 새끼 거미들을 등에 업고 피신해 돌보기도 하고, 자신의 몸을 새끼에게 먹이로 내주는 희생도 머뭇거리지 않는 거미의 모성애.


꿀벌을 구하려 일부 손을 댓 지만 거미줄 대부분이 남겨진 상태라 직조기술 좋은 거미가 금방 복구할 것이다.


거미가 자신이 쳐놓은 거미줄에 걸리지 않는 이유는 발끝에 잔털이 수북하게 나있기 때문이라서 자신은 거미줄을 자유로이 다닐 수 있다.


호랑거미 화려해 보이지만 꿀벌의 사지를 움직일 수 없게 정신을 빼버리는 얄미운 포식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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