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 아팠구나. 호랑거미 2

by 김운용


그날 이후 곰곰이 생각해보니 호랑거미 너한테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준거 같아 잠이 잘 안 왔다.


시실 그 순간은 네가 미웠다. 마치 꿀벌이 나같이 생각 들었거든.


한참이 지난 후에야 꿀벌을 구해준다는 구실로 목숨 같은 너의 그물을 함부로 들어가 찢어버렸으니 얼마나 아팠을까 생각이 들었다.


힘들게 열심히 니 몸을 쥐어짜가면서 허물을 몇 번씩이나 벗어 어렵게 집을 짓고 그물망을 폈는데 그런 힘겨운 너의 입장은 전혀 고려하질 않았으니 그물을 찢은 내가 얼마나 미웠을까 돌아보니 후회스럽기만 하다.


애초에 꿀벌은 사지로 들어간 몸 약육강식 자연의 섭리거늘 호랑거미 너라도 편하게 해 줄걸 말이야.


날 몇일을 혼자서 집 짓느라 고민도 하고 힘도 들었을 텐데

천적들이 기회만 엿보고 있어도, 혼자라고 얕보고 덤벼드는 다른 종자의 거미들이 부지기수로 많았다해도 그냥 지켜만 볼걸 말이야.


알고 보면 너도 겉만 화려했지 외롭고 고독하잖아.


인적이 드문 외따른 길에 그물을 칠 수밖에 없는 외롭고 고독한 거미의 운명을 이해할 만한 능력을 가졌으면서도 일방적으로 다가왔다가 잔인하게 아픔만 주고 다 허물어져 버린

그물망만 늘어뜨리고 맘대로 가버렸으니

내가 나쁜 사람이다.


이제라도 호랑거미 널 위해 할 수 있는 게 무언지 알아봐야겠다.

앞으론 절대로 니 입장은 생각 않고 내 맘만으로 그물을 찢는 일은 아픔을 주는 일은 안 해야겠다.


네가 그물망을 칠만한 길은 일부러라도 피하마. 꿀벌이 또다시 그물에 걸려 발버둥 쳐도 그건 너의 생존이 걸린 문제니 모른 체 해야겠다.


더군다나 그 거미줄 안에 아직은 어리고 성치 않은 새끼들이 있었다는 걸 꿀벌을 놓아주고 난 후에야 거미줄을 돌아다보고 나서 나중에 알았지만 그것만으로도 넌 무진장 아린 속앓일 했었을 거야.


처음부터 너와 만나지 않았다면 넌 너의 자리에서 외롭고 허무감이 들어도 그냥 살던 데로 집 짓고 그물 짜면서 거미줄을 펴고 열심히 살 수 있었을 테지.


내가 쓸데없는 의협심을 발휘한답시고 다가가 촘촘하게 짜 놓아 아무도 함부로 넘볼 수 없었던 그물로 만든 집을 죄 흔들어 망가뜨렸으니 할 말이 없다.


때늦은 후회를 해본들 한동안 호랑거미 너와 나 많이 아프겠지.


많이 아팠었겠다 그땐 진정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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