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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스페인, 가슴이 이끄는 곳 -1부 0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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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쏘야 May 06. 2022

4. 스페인 집 구하기 대장정

[스페인, 가슴이 이끄는 곳] 1부. 말라가 교환학생 이야기

[스페인, 가슴이 이끄는 곳]

1부 - 말라가 교환학생 이야기

1-4. 스페인 집 구하기 대장정

*BGM:: Dura - Daddy Yankee*

해외에서든 한국에서든 독립할 때 가장 힘든 것은 바로 '집 구하기'가 아닐까. 특히 스페인은 쉐어 하우스 조차도 찾기 힘들기로 악명이 높다. 가격과 컨디션이 좋은 곳은 경쟁률이 어마어마하기 때문. 마치 우리나라의 취업 시장과 비슷하다.

보통 교환학생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어플은 Idealista(이데알리스따)로, 우리나라의 직방과 같다고 보면 된다. 집주인이나 임대인이 집 한 채 혹은 쉐어 룸을 게시하면 어플 내의 채팅방 혹은 개인 연락처로 문의를 할 수 있다. 문제는 괜찮아 보이는 방은 내게만 좋아 보이는 게 아니라는 것. 보통 한 게시글 당 수백 명의 사람에게 연락이 온다고 한다. 그렇기에 답장을 받기도 하늘의 별따기이다. 나의 경우, 약 20여 곳에 문의를 했으나 답변을 받은 곳은 약 5곳에 불과하다.

이렇듯 예상했던 일주일보다 집 구하는 데에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바람에 나는 곤경에 처했다. 임시 숙소로 머물던 게스트 하우스가 풀 부킹으로 연장이 불가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6개월 치 무거운 짐가방들을 혼자 짊어진 채로 새로 예약한 에어비앤비로 향했다. 설상가상으로 에어비앤비 체크인 시간까지 무려 3시간가량이 붕 뜨는 바람에 나는 근처에 위치한 공원에 드러누웠다.

내가 정말 집을 떠나 유럽 땅에 혼자 왔구나 하는 사실이 확 와닿았다. 이곳에는 가족도, 친구도, 지인 그 아무도 없다. 인간관계를 새롭게 만들어나가야 하고, 방을 구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모든 것들을 혼자 힘으로 해결해나가야 한다. 게다가 겨우 3개월 남짓 인터넷 강의로 기초만 배워 온 스페인어로는 이 작은 남부 도시 말라가의 현지인들과 소통하기도 쉽지 않았다. 문득 막막한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이곳에 오기 위해 내가 한 노력들을 떠올리며 강해지리라 다짐했다.

한참 혼자 생각에 잠겨있던 그때, 한 흑인이 내게 다가와 말을 걸었다.

"이제 막 말라가에 도착한 거야?"

"응. 왜?"

"그냥 짐이 많길래. 내가 여기 오래 살고 있는데, 낯선 사람들 함부로 믿지 마. 위험할 수도 있어."

그렇게 말하는 네가 더 위험해 보인다는 말이 턱 끝까지 차올랐다.

"아... 그래 고마워."

"그런데 그 많은 짐들 다 옮길 수 있겠어? 내 차로 도와줄까?"

이 무슨 어불성설인가. 어이가 없어서 헛웃음까지 나왔다.

"아니 괜찮아."

이 말을 마지막으로 나는 그를 무시했고, 다행히 대화가 끝나자 그는 사라졌다. 지금껏 혼자 세계여행을 다니면서 좋은 사람들만 만나왔어서 안심했었지만 경계심을 늦추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고생 끝에 도착한 에어비앤비. 아들과 엄마가 같이 사는 따뜻한 분위기의 공간이었다. 내가 3일간 머무를 방은 넓고 깨끗해서 마음에 들었다. 주인 가족도 친절하고 말이다. 덕분에 편안히 머무는 동안 나는 드디어 앞으로 살 집을 구하게 되었다.

그런데 아뿔싸. 숙소에서의 마지막 날,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무언가 찜찜한 기분에 침대를 확인했더니 새하얀 이불에 월경의 흔적이 남은 것이다. 정신이 아찔했다. 이를 어쩌지... 왜 하필 마지막 날! 체크아웃 시간은 다 되었는데 나는 당황해 방에서 나가지도 못하고 있었다. 그때 호스트 아주머니가 들어와 나갈 시간이라며 알리는 것이다. 그녀는 바로 이불을 보게 되었고 내가 어쩔 줄 모르며 미안하다고 하자 윙크를 하며 말했다. "아들한테는 쉿- 우리 둘만의 비밀이야 알겠지? 걱정 말고 나가렴." 왈칵 눈물이 나올 것 같았다. 머나먼 타국에서는 참 사소한 일들에도 감동이 2배가 된다.

체크아웃을 한 뒤, 감사한 마음을 한가득 안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내가 살 집으로 향했다. 말라가 현지인 아주머니, 그리고 그녀가 키우는 강아지와 살게 될 내 새로운 보금자리. 현지인의 사는 모습도 생생하게 볼 수 있고, 스페인어도 쑥쑥 늘겠지? 이런저런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나는 기대에 가득 찼다.

그곳에서의 첫날밤, 무슨 일이 벌어질지도 모른 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