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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쏘야 May 03. 2022

3. 한 번 만난 스페인 친구의 집에 초대받다.

[스페인, 가슴이 이끄는 곳] 1부. 말라가 교환학생 이야기

[스페인, 가슴이 이끄는 곳]

1부 - 말라가 교환학생 이야기

 1-3. 한 번 만난 스페인 친구의 집에 초대받다.


*BGM:: Quiéreme - Johnny Sky*




 아침 일찍 일어나 Idealista(스페인의 직방 어플)를 확인하며 열심히 살 집을 찾아보았다. 무려 20명이 넘는 사람들에게 연락을 했으나 대부분은 답장조차 없었고, 오는 답장마저도 이미 사람을 구했다는 힘 빠지는 말들 뿐이었다. 해외에서든 국내에서든 집 구하는 일은 정말 만만치 않다는 걸 느꼈다. 그렇게 나는 독립을 배워갔다. 한계에 다다른 나는 때려치우고 일단 햇볕이나 쬐러 밖으로 향했다.


무작정 골목 사이사이를 걷다가 익숙한 간판 하나가 눈에 띄었다. '버블티'를 파는 작은 테이크아웃 카페였다. 버블티?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음료인 버블티를 스페인, 그것도 작은 도시 말라가에서 보게 될 줄이야! 신이 난 나는 1초의 망설임도 없이 그 카페로 직진했다.


버블티를 마실 생각에 잔뜩 신이 난 나는 가장 좋아하는 버블 밀크티를 주문했다. 그러면서 주문을 받은 스페인 남자와 대화를 이어갔는데, 이 카페는 그와 그의 중국인 여자 친구가 함께 차린 곳이었다. 마리오와 소니아. 그들은 벌써 수년째 함께 해왔는데, 심지어 내가 앞으로 다닐 말라가 대학교 학생들이었다. 너무 반갑고 신기했던 나는 친하게 지내자고 했고, 정 많고 흥 넘치는 말라게뇨(말라가 남자)인 그와 MBTI 대문자 E(외향형)인 나는 그 자리에서 번호를 교환했다.




마리오와의 첫 만남




 그날 밤, 마리오는 내게 문자를 했다. 이번 주말에 친구들과 근교로 1박 2일 여행을 갈 건데 너도 올 생각이 있냐고 말이다. 본인 차를 타고 갈 거라며.


난 순간 의심이 들었다. "잘 알지도 못하는 외국인의 차를 타고 1박 2일 여행을...? 혹시 안 좋은 일 당하는 거 아냐?" 하며 온갖 나쁜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 뒤 나는 결국 동행을 결심했다. 뭐든 해보고 후회하자는 것이 내 지론이기에. 대신 친한 친구들에게 미리 말해두고 혹시나 내가 갑자기 연락이 안 되면 신고해달라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그리고 대망의 여행 당일. 약속 장소에 차를 이끌고 온 마리오. 차 안에는 마리오의 여자 친구 소니아와 그들의 친구인 크리스티나가 있었다. 지난밤 걱정이 무색하게도 우리는 차 안에서 신나는 레게톤을 틀고 노래를 부르며 목적지인 안달루시아 시골 마을 '떼바'로 향했다.


전혀 들어본 적이 없는 '떼바'라는 곳은 마리오 어머니의 고향이라고 한다. 그곳에 어머니의 집이 한 채가 있다고. 그리고 이 마을에서 매년 열리는 축제를 즐기기 위해 이번 여행을 결심했다고 했다. 아주 작은 마을이라 이웃 주민들끼리 서로 모두 아는 사이며, 아마 한국인은 내가 최초로 방문하는 것일 거라고 했다. 특별한 것을 좋아하는 나는 괜스레 어깨가 으쓱해졌다.


그렇게 우리는 '떼바'에 도착했다.




떼바의 전경




 산 언저리에 위치한 이 작은 마을을 동양인 여자 두 명과 스페인 사람이 걸어 다니자 마을 사람들은 신기한 눈빛으로 쳐다봤다. 말 그대로 호기심이 가득한 눈빛임이 느껴져서 불쾌하지는 않았다. 천상 관종인 나는 재밌기까지 했다.


우리는 전통옷을 입고 마을 축제를 열심히 즐겼다. 그런데 밤 10시가 다 되도록 저녁 먹자는 소리가 없는 친구들에 나는 의아해 물었다. "그런데 너네 배 안 고파?" 그랬더니 돌아오는 말은, "이제 저녁시간이니까 먹으러 가자!" 이제 저녁시간...?


그렇다. 스페인의 저녁 식사 시간은 보통 오후 9시에서 10시 정도이다. 해가 긴 이곳 스페인은 특히 여름엔 8시가 넘어서야 해가 진다. 그래서일까. 그들의 저녁 시간은 한국인에게는 야식 시간과 다름없다. 그리고 파티를 좋아하는 이 나라 사람들은 밤새 놀기 위해서 저녁도 늦게 먹어야 하는 것이다. 그렇게 늦은 저녁을 맛있게 먹고 우리는 새벽 늦게까지 춤과 노래로 칼로리를 불태웠다.








 다음날 아침. 가볍게 아침 식사를 마치고 마리오의 어머니와 작별인사를 나눈 뒤 차에 올라탔다. 우리는 아쉬움에 말라가로 돌아가기 전, 가는 도중에 위치한 작은 소도시 '론다'에 들리기로 했다.


론다는 이미 한국인에게도 꽤 유명한 도시이다. 이곳에 전날 못 지운 화장을 그대로 한 꾀죄죄한 꼴로 오게 될 줄이야... 그래도 아랑곳하지 않고 주요 명소를 거닐고 사진도 열심히 찍으며 알찬 여행을 했다.




스페인 남부의 대표 레몬맥주와 소꼬리찜 요리


론다 누에보 다리




 이렇게 특별했던 1박 2일 여정을 마치고 나는 게스트하우스에 돌아왔다. 마리오는 내게 말했다. "갑작스러운 제안에 흔쾌히 응해줘서 고마워. 너 덕분에 더 즐거웠어."


우연히 만난 스페인 친구로 인해 나는 도착한  일주일도  되지 않아 소중한 추억을 만들었다. 이때부터 나와 스페인은  우연이 가져다준 행운으로 가득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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