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체 튼튼 아프지 않는 골격과 근육을 가지고 싶다. 무엇을 먹든 버틸 수 있는 간과 췌장을 가지고 싶다. 적당한 체지방으로 살아있음에 도움을 받고 싶다. 요즘 드는 생각이다. 시간이 갈수록 어느 한 곳 아프지 않은 곳이 없다. 살이 찌면 도로 빠지지도 않는다. 어디까지 동그래질까?
인생 처음으로 식단을 하고 있다. 최근까지 수박에 빠져 하루 1kg의 수박을 먹던 나인데, 이제는 조금의 당도 허락하지 않겠다는 일념으로 절제중이다. 하루 한끼를 먹고 야식과 맥주를 먹던 하루를 아침 오트밀, 점심 오트밀, 저녁 단백질로 바꾸고 눈을 뜨자마자 실내자전거에 올라타고 있다. 이제 이틀째인데, 이렇게까지 살기 위한 억압을 셀프로 받아야 할까싶다.
당뇨를 걱정하고, 대사증후군을 걱정한다. 갑작스레 불어난 몸무게에 건강의 위협을 받는다. 왜 하필 동양인으로 태어나서 작은 췌장을 가졌을까 서럽기도 하다. 먹는걸 낙으로 사는데, 굳이 이렇게까지 살아야 하는지 슬프기만 하다.
사실 어릴때는 입이 짧았다. 성인이 되기 전까지 배달음식은 구운치킨뿐, 햄버거도, 후라이드 치킨도, 피자도, 곱창 등 마주할 일이 없었다. 그야말로 건강한 먹거리를 통해 자라왔다는 것이다. 그리고 스무살, 독립을 하자마자 가난이라는 것을 마주했다. 지원을 받지 않은건 아니지만 여러모로 공부를 위해 용돈을 쓰다보니 자연스레 먹는걸 줄이기 시작했다. 대학교 2학년 여름방학, 야간실습 때문에 본가로 돌아가지 않고 자취를 했다. 밤새 게임을 하고 해가 뜨면 잠이 들고 정오쯤 일어나 다시 게임을 하고, 저녁엔 실습을 나가는 일상이었다. 교통비를 제외하고 쓸 돈이 없다보니 가끔 놀러오는 친구들이 사주는 치킨으로 연명했다. 남은 치킨은 뼈를 발라 죽을 끓이고 한끼를 먹은 후 그 다음날 다시 물을 부어 죽을 끓여 일주일을 먹었다. 치킨을 다 먹은 후로는 냉동실에 장기보관중인 냉면을 삶아 그냥 먹었다. 이렇게 하루 한끼를 먹는 삶을 처음 시작했다.
두번째로는 첫 직장을 구했을 때, 일이 너무 고되 점심을 거르고 저녁엔 닭발과 소주를 매일 먹었다. 항상 1차는 닭발에 소주, 2차는 맥주에 과자, 3차는 노래방에서 다시 소주를 마셨다. 1년을 이리 보내고 서울로 올라왔을 땐 고시텔에서 살았기 때문에 제공해주는 밥과 김치로 연명했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이상하게도 나는 돈이 없으면 식비를 먼저 줄였다. 술은 마셔도 밥은 굶겠다는 의지로 열심히 싸구려 발포주를 사먹기도 했다. 그러다보니 집에서 영양실조가 걸리고, 식탐이 많은 어른으로 자랐다. 그리고 지금은 그때의 한을 풀듯 먹는게 남는거다라는 마음으로 먹고 싶은 것은 마음껏 먹고 있다.
그러니 건강이 문제다. 다행히도 육류와 튀김은 별로 좋아하지 않아 나름 좋은 음식을 먹는다고 생각하지만 탕국을 정말 좋아해서 라면을 끓여도 국물까지 모두 먹는다. 전골이 최애이며 술은 빠질 수 없다. 가장 좋아하는 과일은 수박이고 한번에 반통을 먹는게 일반적이다. 결국 나에게 오는건 고혈압과 당뇨뿐. 유혹을 참을 수 없기도 하지만 사실 뿌리칠 생각도 안하는게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 공복혈당이 130까지 올라가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뇨가 와서 아파지는게 걱정은 아니다. 때문에 먹고 싶은걸 먹지 못한다는 사실이 슬프다. 내 식습관을 주저리 써놓기는 했지만 하루를 돌아보면 당이 높은 음료나 간식은 일절 먹지 않는다. 아침은 굶고 점심은 일반식, 저녁엔 닭가슴살이나 구운야채와 맥주를 먹는것 뿐이다. 건강에 문제가 되는건 맥주뿐일텐데 도대체 당뇨의 위험이 어디서 온건지 모르겠다. 하물며 유전도 없다. 차라리 짜게 먹어 고혈압이 왔다면 이해하지만 당뇨라니!
결국 내린 결론은 불어난 몸무게를 줄이고 근육량을 높이는 것으로 내렸다. 헬스는 꾸준히 하고 있지만 계속해서 체중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이것부터 원상복귀를 해야한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당뇨의 위험은 살을 빼는 것으로도 예방할 수 있다. 그리고 나는 심각한 복부비만, 내장지방, 마른비만이기 때문에 살을 빼야하는 것도 맞다.
그래서 이번주부터 식단을 시작한 것인데, 기초열량을 채우면서 건강한 음식을 먹으려고 보니 쉽지가 않다. 식탐은 많지만 입이 짧으니 한끼만 먹어도 똑같은 음식이 질린다. 하지만 일요일밖에 쉬지 않으니 일주일치 똑같은 식사를 준비해 먹는 것으로 벅차다. 괜히 500그램의 미역과 2.5키로의 오트밀을 샀나 후회가 조금 든다. 하지만 빠르게 체중을 감소시켜 우선 건강한 몸으로 회복해야 한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으니 이 역경을 이겨내야 하겠다. 목표는 한달을 보고 있는데 과연 이런 갓생을 얼마나 살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