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다니는 직장은 결과를 중요시한다. 개인의 매출이 팀매출이 되고, 부서의 매출이 되는 영업회사이기 때문에 내가 어떤 고난과 역경을 거치고 어떠한 과정을 겪었는지는 필요없다. 단순히 그날 매출을 했느냐, 못했으냐의 문제다. 매출뿐만 아니라 조직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직원을 뽑았냐, 팀장이 나왔냐, 부서가 발전을 했냐.
나는 경쟁사회를 극혐하고 누군가와 비교당하는 것을 싫어한다. 그래서 사실 이 회사와 맞지 않는 성격이긴 하나, 남겨진 토끼같은 직원들에 의해 자리를 지키는 상황이다. 어쩔 수 없이 이 곳에 뼈를 묻어야 한다면 팀이든 조직이든 뭐가 됐든지 간에 각각의 인원이 성장하고 발전했으면 좋겠다. 많은 시도를 통해 경험하고 실패하고 성공을 맛봤으면 좋겠다.
그래서 내 직원들에겐 다양한 경험을 시키려고 하며 실패해도 좋으니 하고 싶은 전략을 마음껏 펼쳐보라고 한다. 물론 팀의 기준은 있어야 하니 그 기준만 지키라고 말한다. 그런 우리 팀과 다른 팀과의 갈등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많은 교류가 없다보니 크게 문제가 되지는 않지만 가끔 인원을 섞어 교육을 하거나 들으면 가치관의 차이가 너무 많이 나기 때문에 힘들어한다. 왜냐하면 다른 팀을 비롯해 우리 회사는 결과가 우선이기 때문이다.
만약 이 길만 따라오면 성공할 수 있다. 라는 말을 들었고 권위적인 상사와 밤늦게 일을 한다. 결과를 못내면 욕먹고, 지시한대로 흘러가지 못하면 욕을 먹는다. 그러면 이 곳은 진정 직원을 귀하게 여기는 곳일까, 단순히 나의 팀을 발전시키기 위한 부품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일까.
언젠가 이런 말을 상사에게 한 적이 있다. 우리 본부의 본부장님은 다른 본부와 다른 정책을 시행하고 있는데, 나는 그게 퍽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래서 팀장이 되고나서 상사에게 나는 언젠가 본부장님의 뒷통수를 칠 수 있는 사람이 될 것이다. 그때 팽을 치든 지금 자르든, 나를 끌고 가든 해라.
물론 이런 말은 씨알도 안먹히고 그 이후 몇년간 아직 이 회사에 있고, 본부장님의 뒷통수를 치지도 못했다. 다만 괄목할 성적이라고 할 것은 드디어 내 밑에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직원이 나타난 것이다. 이전에는 내 상사도 안해본 것을 시도하는 내 팀을 어떻게 할지 모르겠다며 반목하곤 했지만 최근엔 하고 싶은대로 해라, 어쨋든 결과가 나오니..라는 말을 하고는 한다. 그렇다면 과정을 중요시하는 나의 전략은 실패한게 아니다. 다만 결과를 중요시하는 권위적인 사람보다 늦게 성장할 뿐이다. 발전이 기대되는 팀 top3에 들었으니 나쁘지 않다.
이전에 요즘 MZ는 티칭보다 코칭을 원하기 때문에 회사에서도 코칭의 자세로 나가야 한다고 했다. 그래야 신입직원들이 살아남는다고. 하지만 우리 회사는 티칭을 위주로 하는데 그 과정이 제법 독재적이고 권위적이다. 많은 사람을 다루기 위해서는 명령이 단순해야 한다는 것은 맞지만 그럼에도 한 개인으로서 원하는 것은 부품이 되기 싫다는 것이다.
과정이 중요한지, 결과가 중요한지는 사실 직급이 사람을 만드는 것인지, 사람이 직급을 만드는 것인지, 닭이 먼저인지, 달걀이 먼저인지를 다루는 난제가 아닐까 싶다. 사람마다 가치관이 다르니 부딪히는건 맞겠지만 그럼에도 나는 살아있고, 일을 하는데 있어 무엇이라도 남을 수 있는 사람으로 성장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