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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엔너드 EngNerd Jul 11. 2021

스테이플러는 어느 방향으로 찍는게 좋을까?

균열과 파괴 그리고 응력 집중 현상

by 엔너드 EngNerd

#스테이플러 #호치케스 #호치키스 #철심 #종이 #동서식품 #커피믹스 #이지컷 #땀선 #유리 #깨짐 #공학 #기술


이 글은 유튜버 '사물궁이 잡학지식'에게 제공한 원고를 다듬어 작성한 것입니다.

스테이플러는 어느 각도로 찍어야 할까? 편 [사물궁이 잡학지식 youtube]






대학교에서 강의를 들으면서 과제를 제출할 때 A4용지를 스테이플러를 이용해 철심으로 묶어서 제출한 적이 많이 있죠? 혹은 다양한 이유로 종이로 된 서류를 묶을 때 스테이플러를 활용했을 거에요. 

스테이플러(stapler)는 ㄷ자 모양의 가느다란 철심을 밀어 여러 장의 종이를 뚫은 후, 철심 끝을 안으로 구부립니다. 그러면 B자 혹은 ㅁ자로 구부려진 철심이 종이를 고리형태로 묶게 됩니다. 철심이 박힌 문서는 그 자체로는 깔끔해보이지만, 문제는 종이를 넘길 때 발생하죠.


흔히 철심을 좌측 상단에 박기 때문에 문서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종이를 아래 사진과 같이 넘깁니다. 그러면 종이가 철심 때문에 접히면서 접힌 자국이 남을 뿐더러 자칫 잘못하여 과한 힘을 주었을 경우 종이가 찢어지는 불상사가 발생합니다. 자, 그렇다면 철심을 어떤 방향으로 박아야 문서를 안전하게 넘기면서 읽을 수 있을까요?

종이를 넘기는 동작






철심이 박힌 종이를 넘길 때 일어나는 현상


먼저 종이를 넘길 때 철심에 의해 종이가 찢어지는 현상을 공학적으로 분석해보겠습니다. 


종이를 넘길 때는 수평선 기준 45도 기울어진 직선을 따라 접는다고 해보죠. 그리고 철심의 방향은 0도(=90도), 45도, 135도로 총 3가지 경우가 있다고 합시다. 여기서 살펴봐야 할 점은 철심이 종이를 관통함으로써 종이에 구멍을 냈다는 점과 종이를 넘길 때 종이가 손으로 가한 힘에 의해 찢어진다는 점입니다.


A4용지에 박힌 철심 방향(왼쪽)  및 A4용지에 45도로 박힌 철심 예시(오른쪽). 점선은 종이를 넘길 때의 기준선이다.






균열과 파괴, Crack and Fracture


고체역학(solid mechanics) 또는 재료역학(mechanics of materials)적 관점에서 종이에 난 구멍은 균열(또는 크랙; crack), 종이가 찢어지는 현상은 파괴(fracture)라 합니다. 균열이 있는 재료에 외부 힘을 가하면 구멍 또는 흠으로 된 균열에서 응력(stress)이 집중(concentration)되기 때문에, 균열이 없는 재료에 비해 적은 힘으로도 파괴될 수 있습니다.


여기서 응력이란 고체 내부에 작용하는 압력으로, 쉽게 말해 고체에 힘을 주었을 때 고체가 이를 버티기 위해 내부에 생긴 저항력으로 이해하시면 됩니다. 우리 사람도 회사에서 꼰대 상사 혹은 미칠듯한 양의 업무 등 외부 요인에 의해 스트레스(stress)를 받잖아요? 고체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리고 부장한테 거하게 혼(응력)이 나 마음의 상처(균열)를 받은 직원을 과장이 또 혼내면(응력 집중) 직원은 멘붕(파괴)이 오겠죠?... 네, 그렇습니다.


응력 집중 현상과 관련하여 1898년 독일의 공학자인 에른스트 구스타프 커쉬(Ernst Gustav Kirsch)는 원형 구멍이 있는 무한한 길이의 판에 일정한 인장 응력(tensile stress)을 가할 때 구멍 근처의 응력 분포를 계산하였고, 구멍의 양끝단에서 외부에서 가한 응력의 3배에 달하는 응력이 집중되는 것을 확인한 바 있습니다.

Ernst Gustav Kirsch in 1875
원형 구멍이 있는 판에 위아래로 일정한 인장응력을 가할 때의 응력집중계수 또는 응력 분포(왼쪽) 및 구멍 주위의 응력분포(오른쪽)


다만, 종이를 찢을 때(tearing mode)는 인장 응력 대신 전단 응력(shear stress)이 가해진다는 차이만 있을 뿐 인장할 때(opening mode)와 마찬가지로 균열에서 응력 집중 현상이 발생합니다.

인장 응력(양쪽에서 잡아당길 때)과 전단 응력(찢을 때)의 차이. 종이 안에 작용하는 응력을 사람들이 손잡고 버티는 것으로 묘사하였다.






철심 방향에 따라 종이가 찢어지는 과정


그럼 철심이 박힌 종이를 넘기는 상황을 철심 방향 별로 나눠서 생각해봅시다.


철심의 방향이 0도 또는 90도일 때 철심이 박히면서 생긴 구멍의 끝부분에서 응력이 강하게 집중되며, 균열이 있기 때문에 적은 힘으로 쉽게 찢어질 수 있습니다. 아래 그림에서 볼 수 있듯이 큰 힘을 가했을 때 구멍의 양끝단에서 전단 응력이 집중되었기 때문에 해당 위치에서부터 균열이 전파(propagation)되면서 찢어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한마디로 이미 찢어진 구멍에서 또 찢어지는 것이죠.


위와 같은 현상은 철심의 방향이 135도일 때 가장 크게 작용할 것입니다. 즉, 종이에 난 구멍에 응력이 아주 제대로 집중되죠. 실제로 이렇게 철심이 박힌 문서가 있다면 그건 그냥 종이를 넘기지 말라는 의미가 아닐까요?

한편, 철심이 종이를 넘기는 기준인 직선과 평행한 45도일 경우, 응력이 철심이 닿는 부분으로도 분산되기 때문에 구멍에 응력이 집중되지 않습니다. 즉, 큰 힘을 가해도 종이가 안 찢어지고 버틸 수 있죠. 따라서 45도로 철심을 박았을 때 135도일 때보다 안전하게 문서를 관리할 수 있습니다.






이지컷, Easy-cut


응력 집중 현상을 이용한 파괴 원리는 군대에서 즐겨 마시는 맥심 커피믹스의 이지컷(Easy-cut)에도 적용가능합니다. 이지컷이란 2008년 동서식품이 독자적으로 개발한 기술로서 믹스커피 봉지에 레이저를 이용해 얇게 땀선을 낸 것입니다. 봉지를 뜯을 때 땀선에 응력이 집중되기 때문에 적은 힘으로도 쉽게 개봉됩니다. 참고로 해당 기술은 커피믹스 포장지를 완전히 뚫지 않으면서도 아주 얇게 구멍을 내는 것이라 꽤나 정교하고 섬세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또한 과자봉지나 라면봉지 등에서 톱니 모양의 가장자리를 뜯을 때에도 적용됩니다. 가장자리를 두 손으로 잡아 면의 수직방향으로 뜯을 때 봉지에 전단 응력이 가해지는데 톱니의 패인 부분(또는 흠)에 응력이 집중되면서 보다 쉽게 봉지를 개봉할 수 있습니다.






유리를 덜 깨지게 하는 방법


응력 집중 현상에 의해 물건이 쉽게 파괴된다면, 반대로 응력 집중 현상을 억제하면 쉽게 파괴되지 않겠죠? 예를 들어 유리의 경우, 표면의 아주 미세한 균열(크랙)에 응력 집중 현상이 발생하면 쉽게 깨질 수 있습니다. 그런데 만일 유리 표면의 균열을 없애서 아주 매끈하게 만들 수 있다면 유리가 응력 집중에 의해 파괴될 가능성을 낮출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유리를 매끈하게 만드는 방법이 곧 유리 제조 공정 회사의 기술력을 좌우하겠죠? - EngNe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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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출처

https://www.fracturemechanics.org/hole.html

https://m.blog.naver.com/PostView.naver?isHttpsRedirect=true&blogId=inter-biz&logNo=22174968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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