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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소예 Oct 21. 2022

느낌적 느낌

일기를 가장한 아무 말 대잔치!

나는 오늘 '피곤함'을 느꼈다.

자고 일어나서 개운함을 느껴야 하는데, 몸이 찌뿌둥했다.


아니, 잠깐! 꼭 개운하지 않아도 되잖아. 피곤한 날도 좋은 날이야!



나는 오늘 '두려움'을 느꼈다.

등굣길에 운동부 선배에게 인사하는 아이를 보며.

'저 선배는 아이에게 어떻게 대할까?'라는 잠시 스치는 생각.


아니, 잠깐! 저 선배보다 내 아이가 관계 짓는 방식이 더 중요하지!



나는 오늘 '답답함'을 느꼈다.

천진난만하게 전화기를 오래 붙들고 있는 남편.

그거 나중에 해도 되는 얘기잖아.


아니 잠깐! 너무 귀찮아하는 거 아니야? 그러지 말자! 미안~남편!



나는 오늘 '조급함'을 느꼈다.

치과 치료 덕분에 혼자 집에 방치되고 있는 강아지 칸이가 걱정된다.


아니 잠깐! 혼자 늘어져서 봄날의 낮잠을 즐길 수도 있잖아~운전 천천히!



피곤함으로 시작해 빨리빨리 조급함을 느끼는 하루이기도 했지만..



나는 오늘 '여유'를 느꼈다.

빨래가 돌아가는 동안, 캘리그래피 수업을 들을 수 있었다.


아니 잠깐! 그냥 커피를 마실걸 그랬나? 아냐! 이것도 좋아!



나는 오늘 '화사함'을 느꼈다.

길거리마다 초록초록, 알록달록 눈이 호사로운 광경.

늦봄과 초여름의 경계에서 상큼함을 마음껏 뽐내고 있는 청춘들.


아니 잠깐! 곧 여름이 온다고. 빨리 걸어. 허리업. 살 빼야 한다고!


나는 오늘 '기쁨'을 느꼈다.

인천으로 넘어왔더니 칼바람 부는 동네라서 그런가 벚꽃이 만개해있다.


아니 잠깐! 벚꽃 엔딩 아녔어? 나 기다려준 거야? 기분 좋은 착각에 빠진다.


나는 오늘 '감사함'을 느꼈다.

택배를 성실히 배달해주시는 기사님.

무거운 물건을 들고 있으니 엘리베이터 잡아주는 미화원 아주머니.

서류를 열심히 꼼꼼히 체크하고 있는 남편.

시험기간임에도 학교 가는 게 좋아서 해맑은 청소년.

네이버 카페의 댓글 퍼레이드 알림, 카톡 창의 선물^^ 


그리고 벚꽃, 바다, 바람.


그래서 나는 오늘, 행복함을 느낀다.


- 2022. 어느 봄 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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