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장을 걷어내면 아름다움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모두 없어요. 아름다움을 잘못 이해하고 있던 걸까요? 오해한 걸까.”
관계는 언제나 처음인 것처럼 어렵다. 이해와 오해의 중간에서 모음 하나 차이에도 휘청인다. 아름다웠던 순간들은 시간을 되돌려서라도 다시 마주 하고픈 풍경이지만, 막상 반짝이는 미장센 뒤에 놓인 사실들은 생각보다 아름답지 않은 경우가 많다. 존재했다고 여겼던 아름다움이 실존이 아닌 상상이나 허울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밀려오는 비참함은 내 모든 사랑을 부정한다.
“항상 ‘지금 보여주는 이 모습이 나에게만 보여주는 모습이면 어쩌지?’라는 생각이었어요. 다른 사람들이 말하는 이 사람의 모습은 전혀 다른데, 저에겐 그렇게 안 보였거든요. 남들에게 보여주지 않는 모습을 나에게만 허용한다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덜컥 주저앉는거죠. 이게 사랑이면 어쩌지? 하고.”
“이게 사랑인가? 가 아니고 어쩌지라고 당황하거나 머뭇거렸다는 건가요?”
“말 그대로 ‘어떡하지?’의 느낌이었어요. 주변 가까운 이들의 의견을 모두 무시하고 나만의 시선으로 누군가를 바라본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에요. 이해와 오해의 출동 사이에 발생하는 잡음도 무시할 순 없으니까요.”
“그래도 결국엔 사랑한 거잖아요.”
“그럴까요? 이게 사랑은 맞는 걸까요? 그렇게 아름다웠는데 막상 한 걸음만 멀어져도 이렇게 짜게 식어버리는 마음을 어찌 봐야 할까요? 다시 들춰보면 아름다움이라고는 한 조각도 없어요.”
“그게 사랑의 속성 아닐까요? 조금은 시야를 뭉개잖아요.”
“이렇게 보면 이해와 오해가 얼마큼 다른지도 모르겠어요. 세상은 미지투성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