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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여 Apr 01. 2022

나를 이루는 것


갑작스레 종이를 앞면에서 뒷면으로 뒤집듯이 현실로 돌아오는 순간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때론 내면의 가장 깊은 곳을 터치다운하는 순간, 삶의 경주를 달린다고 현실이라는 수면으로 빠르게 올라오게 된다. 참아왔던 숨을 터뜨리면서 지난 시간의 한숨들은 호흡 같지도 않아진다. 다행히도 후회가 깊은 편은 아니지만, 허비한 시간보다 깨달은 시간이 더 길지만, 무슨 환상에 매여있던 것일까 어떤 말에 현혹돼서 눈앞을 가렸던 것일까 싶어 돌아보면 사실이 아니어도 상관없을 말들이었다. 그저 그 말이 그 순간에 너무 많은 생각을 낳았을 뿐, 아무 의미 없는 스쳐가는 말들이 그렇게도 잔상이 깊다.


잠시 잊고 있었다. 어디에 있는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누가 함께 있는가가 중요하다. 나를 이루는 것은 특정한 무언가가 아니라 켜켜이 쌓여가고 동시에 흐르고 부유하는 시간 그 자체와 그 틈의 인연들이니, 중요함에 속아 소중함을 잃지 말고, 내가 아닌 것들에 나를 세우지 말자.


motif by [blonote], 영화 <굿모닝 에브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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