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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여 Apr 16. 2022

외로움은 두렵지 않은데,


글쓰기에 대한 절박함은

잊히지 않기 위해서가 아니라,

잊지 않기 위해서 온다.

어렴풋한 잔상만 떠도는 것을 두려워한다.

발자취 하나하나, 모양과 생김새 하나하나

또렷이 그림처럼 남기고 싶다.

글을 읽다 눈을 감아 내려가다 보면

선명하게 과거의 모습이 눈앞에

그대로 펼쳐지는 것을 소망한다.

그렇게 사랑의 현상을 그대로 보관하고 싶다.

절박하게 모든 순간을 적어내려둔 글 자취를 보며

애틋하다.

당신과의 추억에 애틋한 것이 아니라

당신을 향한 마음이 바랠까

선명한 색채로 남기겠다고 짓궂게 적어둔

글의 채취가 애틋하다.


스쳐 지나갔어야 할 순간들이

정류장처럼 팻말을 달고,

언제든 돌아올 수 있는 이정표가 되어 있다.

그러면 나는 어지러운 마음을 붙잡고

한 곳 한 곳 지워져가던 시간을 다시

선명히 따라간다.

말로만 읊조리던 소양감이 올라오고,

믿을 수 없는 풍경들이 모인다.

오가는 대화 속에 생각의 섞임을 거치면서

식은 열기에 하나 둘 장작을 쌓고,

주변에 떨어진 재와 같은 오해들을

쌓인 눈 치우듯 훌훌 털어버린다.

그 빈틈으로 장난스러운 온기가,

열기에 가까운 온도가 메워진다.

이미 져버린 진솔한 우려 속에

열망이 다시 피어나는 모습이

사랑스럽지 않을 수가 없다.

당신에 대한 애착에서

상황과 흐름에 대한 애착으로,

멀어져 가고 있던 마음의 열기를 다시 끌어와

오늘 하루만 더 함께 잠들자고 꼬드겨 본다.


외로움은 두렵지 않은데,

외롭지 않았던 순간들을 잃는 것은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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