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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여 Jun 28. 2022

존재 이후


삶이 지나간 자리엔 기억이 남아있다.

그 기억은 생명이 되고 누군가의 마음에 흡수된다.

영원한 죽음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마치 영원한 생이 존재하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로.

육신은 죽었지만 나를 존재하게 하는 기억들이

시간의 구성을 바꾸고, 그들이 기억하는 기억은

생명이 되어 공간을 이룬다.


당신 마음 한켠에 누군가 살아 숨 쉬고 있다.


생과 생은 필연적으로 연결되고

어느 누구도 온전히 죽지 않는다.

큰 안도와 평화가 내려앉고

오늘의 죽음이 내일 누군가의 생으로

피어날 것을 알게 된 나는

기꺼이 기억으로 남을 내 죽음을 환영하며

이대로 끝날 모든 것을 용인하면서

두려움 하나 없이 오늘도 한 걸음 더

죽음에게 다가간다.


“저는 괜찮아요. 끝에 아무것도 없다고 해도요.”


우리는 영원하다, 타인 안에서.

기억으로부터 뻗어나가는 시간은

과거에서 미래로 흐르는 방향이 아니라

미래에서 과거로, 현재에서 미래로,

정처없이 공간을 이동하는 반짝임으로

나에게서 당신에게로 존재한다.


motif by 영화 <애프터 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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