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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여 Jun 19. 2022

차라리 스포가 낫겠어요


대화가 끊겼다.

아무  하지 않아도 편한 사람이지만

왠지 아무에게도 하지 않은 말을 건네고 싶어졌다.


“어느 날,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  심장 찢어질  같이

오래도록 아픈 사랑만 하다 가겠구나.’”

갑자기?”

, 갑자기. 불현듯이. 찬란하고 고통스러운 사랑이

기다리고 있는 것만 같은 예감이 들었어요.

웃긴  어렴풋이  감각이 아니라 얼핏 미래를

보고  듯한 생생하고 두려운 감각이었단 거죠.”

“어쩌다가요?”

“얘기하면 웃으실 텐데.”

“웃으면 좋죠, 시도해 봐요.”

“<쥬라기 월드: 도미니언> 보다가요.”

“아…”

“예상 밖이죠?”

어떤 포인트에서요?”

그것도 웃긴데, 그랜트 박사랑 새틀러 박사가

서로 마음을 확인하고 키스하던 장면이요.

평소 같으면 K-신파 언저리도   말도  되는

 장면을 어쩌면 좋을까? 싶었을 텐데,

갑자기   사이의 시간적 공백 사이에서

오랜 기다림과 과거의 진심이 마치 스파크 튀듯

파바박 느껴졌어요.”

자기 상황에 대입하게  건가?”


얼굴이 문득 스쳐지나갔지만, 오래 머물진 않았다.


“…그건 또 아닌 거 같아요.

제가 보고  듯한 미래의 사람은  멀리

닿을  없는 거리에, 가끔 지척으로 다가오면

 자신 같다가도 어느새 존재한  없는 것처럼

홀연히 사라질 거 같아요.”

“소여 씨는 사랑을 사랑하네요.”

“네?”

 자체가 사랑이잖아요. 형태로 존재하지 않고,

만져지지도 않다가 어느 순간 

나 자신이 되어 있고. 부럽다.”

“...이게요?”

“의식 못하는 것 같은데 사랑’하고 싶다’고 했지,

사랑’받고 싶다’고는 안 하더라고요.

그렇게 주기만 하면서도 사랑이라 느낄 수 있는

마음을 가지고 있어서 부러워요, 대단하고.”

  반대인데. 왠지 모르게

형벌을 받는 느낌이에요.

왜, 에픽하이 노래 중에 그런 가사가 있어요.

영화 같은 사랑을 하고 싶던 내게 걸맞은 벌인 걸까

그 한 줄 가사가 절 위해서 그어진 한계 같아요.

사랑받을 줄도 모르면서 줘보겠다고 무턱대고

온갖 마음을 바리바리 안고 달려드는  모습이,

 간절한 마음이 이젠  지겨워서요.”

“지겨워도 하고 싶은 거잖아요.”

“… 그런 거겠죠?”

스포일러네요, 다음에도  그러겠어요.”


잠시 정적을 흘려 보내다

그는  다음 말을 이어 기어코 울게 만들었다.


“…지겨운데 지치지는 않으면 좋겠어요.

돌아오지 않는 마음을 주는 것보다

아무것도 없는 텅 빈 마음을 두고 보는 게

 힘들잖아요.”


motif by

영화 <쥬라기 월드: 도미니언>

에픽하이 ‘스포일러’

전시 <Muddy For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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