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는 파티도 고원도 필요해

사랑이 욕심일 수 있을까요?

by 연Yeon

소연님


마주치자마자 알게 되는 것들이 있는데 소연님과의 만남이 그랬어요. 지난겨울, 움직임 워크숍을 함께한 사람들이 모인 연말 모임에서, 소연님이 들어오는데 우리가 동일한 무언가를 공유한다는 것을 한눈에 알 수 있었어요. 소연님도 저와 같이 느끼고 있다는 것까지도요. 처음 만난 날 말해지지 못한 예감이 시간을 지나, 무화과차를 마시자며 만난 지난 만남에서야 질문의 모습으로 나타난 듯해요. 소연님이 지난 편지의 말미에서 물은 ‘극단이 정말 통합될 수 있을까요?’라는 질문 말이에요.


그날의 질문이 저에게는 ‘사랑으로 살 수 있을까요?’라고 들려요. 그리고 그것은 ‘수많은 기준과 경계가 존재하는 세상에서 온전하게 존재하는 일’, ‘타인이 그은 선으로 나를 재단하지 않는 일’에 대한 이야기로도 느껴져요. 그날 우리가 차차티클럽에서 말한 것은 이런 것들이 아닐까요. 이 질문에 다다랐을 때 마주친 우리 둘의 눈빛을 떠올리자면, 한편 의심하면서도 포기하고 싶지 않은, 포기할 수 없는 마음이 흘러나왔던 것 같아요.


저는 그 질문에 단연코 ‘그렇다’고 대답해요. 욕심이 아니라고, 이건 가능한 거라고. 소연님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지난 나의 시간들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하기 위한 여정인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온전하게 존재하는 것은 가능하다고 나의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말해주고 싶었어요.


20대에 막 들어선 저는 제 자신을 받아들이기 어렵게 만드는 타인의 목소리를 제 안에서 골라내고 있었어요. 어디에선가 들었던 평가나 비난, 비판 없이 수용한 타인의 기준 같은 것들이요. 그 과정에서 가족과도, 연인과도 거리를 띄워야 했어요. 그리고는 오픈릴레이션십을 해봐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사랑받는 게 아니라면, 나를 상대의 입맛에 맞게 왜곡시키면서까지 사랑받으려 하지 않겠다고 결심했어요. 저의 어떤 면을 받아들일 수 없다면 차라리 그만큼의 거리를 띄워 서로에게 안전한 곳에서 온기를 주고받으면 된다고 생각했어요. 이런 나를 아무도 사랑하지 않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그곳에는 충만한 사랑이 있었어요. 그 결심 이후에 저를 환대해 준 이들에 대한 고마움을 저는 잊을 수 없어요. 그때 느낀 온전함도요.


오픈 릴레이션십을 하겠다고 마음을 먹은 것은, 일종의 선언이었어요. 못날 수는 있지만 적어도 온전하겠다는 선언이요. 그 선언으로 인해서 이후로 수많은 일들이 펼쳐졌어요. 처음 겪는 일들이 너무 무섭고 힘들었지만 저는 ‘온전함’을 포기할 수 없었어요. 무엇보다, 사랑을 포기하고서야 만난 진짜 사랑이 너무 소중했어요. 소연님도 저도 움직임 속에서 만나곤 하는 그 사랑이요. 어떤 수식도 달라붙을 수 없는, 사랑이라고 밖에는 할 수 없는 그것이요. 소연님이 저에게 힘들어하면서도 포기하지 않는 이유가 궁금하다고 물었었는데, 소연님이 말한 ‘극단의 통합’, 다른 말로 하면 ‘온전함’을 지키기 위함이었다고 말하면 조금은 가닿을까요.


내가 사랑하는 사람의 두려움이 두려워 나를 일그러뜨리는 일을 반복하고 싶지 않았어요. 오픈 릴레이션십을 한 이유가 이것이니까요. 차라리 상대방의 두려움을 안아줘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사랑은 감각의 영역이라, 받아보고 맛보아야 믿어지고 체득할 수 있는 거니까, 이 친구가 나에게 자신의 사랑을 함빡 주려고 했던 만큼 저도 이 친구에게 사랑과 신뢰를 함빡 주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미워하기보다는 사랑하면서 살고 싶었고, 그게 곧 나의 온전함을 지키는 일이라는 걸 본능적으로 알았어요.


그때의 선택을 후회하지는 않지만, 무서웠고 때로 절망했어요. 지난하게 과정이 길어질 땐,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만 같은 두려움이 죄어 왔고, 때로 너무 사랑받고 싶어서 협박하는 말을 힘없이 받아들이곤 할 때면 절망했어요.


소연님이 물은 질문이 떠올라요. “이게 그저 욕심이 아니라 정말 가능한 것일까요?”라고 물은 질문이요.


가능해요. 가능해요. 우리는 언제든 지금 당장에라도 온전할 수 있어요. 그건 욕심이 아니라 당연히 누릴 권리라고 말하고 싶어요.


이 당연한 권리를 편안하게 누릴 수 있는 자리가 많지 않다면, 내가 만들겠다고 다짐해요.


그 모양새가 어떻게 될지는 모르지만, 소연님 우리 이렇게 ‘물음’을 포기하지 말고 살아가요. 끊임없이 질문하고, 우리 삶으로 대답해요.


그리하여 우리 각자의 삶으로 ‘가능하다’고 말해요. 우리 포기하고 싶지 않다면 포기하지 말아요.


2023년 4월 19일

서영


매거진의 이전글파티와 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