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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피디 Mar 25. 2021

동양과 서양의 설거지

다른 접근, 나름의 합리화

20대에는 3개월, 6개월씩 여행을 가다가, 1년을 통째로 여행을 갔던 적이 있다. 자원봉사도 자주 하며 그 나라의 지역 사람들과 생활을 하기도 했다. 


영국에 있을 때였다. 모든 자원봉사자는 공동생활을 했는데  ‘그들’이 설거지하는 것을 본 극동 아시아에서 온 ‘우리’는 충격을 받았다. 설거지할 때 비누를 완전히 헹구지 않고 그대로 말리거나 행주로 물기를 닦았기 때문이다.


다른 지역을 거쳐 갔을 때라, 청소방식이 다른 것을 보고 ‘위생 관념도 문화에 따라 다르구나’라고 생각했었다. 깨끗함에 대한 접근방식이 다르다고 할까. 예를 들어, 먼지가 있으면 동양에서는 지저분하다고 하는데 유럽에서는 ‘그냥 먼지일 뿐’이라고 말한다. 


하여튼 더러운 것도 자주, 잘 먹었을 때라(...) 약간의 비누 정도는 먹을 만 했더랬다. 일본 자원봉사자가 있었는데 열일곱 살이었다. 아직 한창 자라고 공부할 나이인데, 부모님의 곁을 떠나 자원봉사를 하는 것이 꽤 이상했었다. 유학도 아니고 말이지. 


그 아이가 식사를 거르는 걸 눈치챘다. 이틀쯤(?) 지나 단둘이 있을 기회가 있어서 물어봤더니, 설거지할 때 비누를 헹구지 않는 걸 보고 나니 주는 밥을 못 먹겠다고. 그 순간, ‘먹는 게 우선이야’라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그녀에게 나의 논리(?)를 들려줬다. 꽤 합리적으로 들렸는지 다음 식사부터 그녀는 아주 잘 먹었다.


“역사를 생각해봐. 이 비누라는 건 서양에서 먼저 개발을 했잖아? 얘네들이 훨씬 오래, 저렇게 씻지 않고 비누를 먹고 살았는데, 세계 정복도 하고 저렇게 건강한 걸 보면 먹어도 괜찮을 거야.”


그래서 오늘은 비누를 덜 씻고 세계 정복을 꿈꾸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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