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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소연 Sep 10. 2015

8. 파스타 좋아해?

‘몽상미쉘’을 다녀온 후 나는 올리비에와 한층 가까워진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 인지 파리로 돌아갈 일정을 약간^^ 수정해 이틀을 더 낭트에 머물기로 했다. 올리비에의 낭트 집은 서너 개의 3층 빌라가 하나의 현관문과 공동의 큰 정원을 가진 형태의 집이다. 집 뒤쪽으로 모든 세입자가 다 같이 공유하는 큰 정원이 자리 잡고 있어, 집으로 돌아와 그 정원을 바라보면 정말 힐링이 되는 기분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이다.


점심시간이 다가오자, 올리비에는 거실에 있던 테이블을 정원으로 꺼내 뒤 흰 천까지 두르며 “점심에 스파게티 어때? 좋아해?” 하는 것이었다. 너무 제대로 준비하는 모습이 참 귀여웠다. 나 오늘 프랑스남자가 해주는 가정식 스파게티 먹는 거야??? 하는 들뜬 마음에 가슴이 콩닥콩닥했다! 드디어 하얀 접시에 스파게티 면을 담고 약간의 버터를 위에 올린 채 각자의 자리에 놓는 올리비에. 고급 레스토랑에서 깔끔하게 잘 차려 입은 웨이터가, 직접 큰 후추 통을 들고 와 즉석에서 츅츅 후추를 갈아주는 장면처럼 그는 내 접시 위에 후추를 뿌려주었다. 더욱 파스타가 그럴싸해 보이던 순간 갑자기 ‘본 아빼띠 Bonne appetit(맛있게 먹어)” 하는 것이다.


음... 이상하다 면만 있는데…. 소스는 어디갔지라고 속으로 생각하던 차에 그는 ‘아 맞다’ 하면서 그가 부엌으로 가는 것이다. 그러면 그렇지 소스를 까먹었구나 라고 생각한 나에게 그가 접시에 올려준 건 반 으로 자른 두 개의 방울토마토와 약간의 햄이었다. 그러더니 다시 한 번 ‘본 아빼띠’ 하는 것이다. 사실 나는 쏘스가 어디 있냐고 묻기엔 너무 맛있게 버터만 바른 맹면을 먹고 있는 그의 모습에 그만 질문을 삼켜버렸다. 그가 너무 정성스럽게 차려준걸 보고 지켜보았기에 그냥 그 버터 바른 맹면과 작은 방울토마토를 세상어디에서도 못 먹어 본 듯 한 음식인양 맛있게 먹었다.


그리고 파리로 돌아와 당시 파리에 오래 살고 있던 사돈처녀에게 당장 물어보았다. “아! 완전 당황하셨죠? 프랑스 사람들 원래 생면만 삶아서 소스 없이 버터에 잘 비벼먹어요” 하는 것이다! 아! 그런거 였구나!… 난생 처음 소스없는 파스타를 먹어보고 당황했지만, 햇살 너무 좋았던 오후에 그가 정성스레 준비해준 모습은 영원히 예쁘게 나의 기억속에 자리 잡고 있다. 그러나 난 여전히 소스없이 버터만 바른 맹면을 그닥 좋아하지는 않는다^^ 뭔가 걸쭉한 소스가 있어줘야 파스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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