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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소연 Sep 12. 2015

14. 가도 가도
끝이보이지 않는 포도밭

사실 나는 와인이 포도로 만들어진다는 사실 외에는 잘 몰랐다. 근데 정말 신기한 건 와인을 만드는 포도 알의 사이즈가 내 생각보다 참 작았다. 보르도에서도 ‘쌩떼밀리옹’은 전세계적으로 꽤나 유명한 와인이 많이 생산되는 곳이다. 쌩떼밀리옹에 도착하자 내 눈앞에 펼쳐진 드넓은 포도밭에 와...하는 말밖에 나오지 않았다.


우리는 총 3개의 와이너리를 방문하기로 했다. 우선 2개의 와이너리를 찾았는데 각각 친절한 담당자의 설명 속에 와인이 생산되는 과정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고, 와인이 담겨져 있는 통을 보며 향기에 우선 취하고, 지하창고도 방문하여 수북히 쌓인 와인도 보며 알찬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방문의 끝은 와인 시음! 영화에서 보면 와인을 시음할 때 입을 모아 오물오물하다가 툭 뱉어내지만 난 아까운 생각에 시음용으로 주는 여러 종류의 와인을 있는 대로 다 꿀꺽 꿀꺽 마셔버렸다. 그리하여 쥐도 새도 모르게 취해버렸다^^ 그렇게 거나하게 와인을 마시고 나니 알딸딸한 기운에 출출해져 우리는 오전에 싸온 샌드위치와 소씨송을 먹기 위해 적당한 장소를 찾아 바닥에 천을 깔고 자리를 잡았다. 마침 하늘을 올려다보니 그야말로 구름 한 점 없이 파랬다. 와인에 취해서인지... 내가 지금 여기 있는게 이게 꿈인가 생시인가… 싶었다. 한국에서 비싸서 잘 마시지도 못했던 보르도 와인을 생산지에서 마셔보고, 와인용 포도도 따먹어보고 이렇게 파란 하늘까지 바라보며 샌드위치를 먹고 있다니… 말이다.     


점심을 먹은 후 우리는 남은 한 개의 와이너리를 추가로 방문하기 위해 소화도 시킬 겸 걷기 시작했다. 사실 나는 다른 와이너리가 그렇게 멀리 있는지 모르고 길을 나섰다. 당시 2달 넘게 혼자 여행을 다니며 살이 8 키로나 빠진 상태라 꽤나 저질 체력이었다. 게다가 혼자서 다닐 때는 걷다 쉬다 내 맘대로 내 템포대로 다녔는데, 187센치 미터가 넘는 남자의 성큼 성큼한 걸음걸이를 따라가려니 아주 죽을 맛 이었다. 1시간... 두 시간... 두 시간 반... 걷다 보니 그렇게 멋져 보였던 포도밭도 그의 뒷모습도... 아이구 소리가 절로 나왔다. 그래도 그렇게 빨리 걸어가면서도 그는 내가 어디 있나 참 열심히 뒤는 돌아보더라는 것. 거의 세 시간 넘게 걷고 산중턱 하나를 넘고서야 다른 하나의 와이너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아우 그냥 가까운데 가는 줄 알았다가 제대로 봉변(?)당했다. 정말이지 그날 중간 중간 몰래 따먹은 포도 아니었으면 나는 거기 도착 못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때부터 지금까지 올리비에는 내 가방을 참 잘들어준다. 그래야 내가 조금이라도 빨리 걸으니까^^

쌩떼밀리옹 산책~

우리가 방문한 와이너리에서 와인이 보관된 공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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