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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소연 Sep 13. 2015

16. 파리행기차에서의...마지막 키스


여행을 같이 다니고 캠핑을 하고 우리는 너무 빠른 속도로 가까워졌다. 하지만 서로의 현재에 대해 미래에 대해 어떠한 말도 다짐도 할 수 없다는 사실을... 우리는 잘 알고 있었다. 그와의 여행도 끝이 다가왔지만, 나의 2007년 3개월 유럽여행의 끝도 다가오고 있었다. 이제 내가 유럽에서 보내는 마지막 날, 낭트를 떠나 파리 행 기차에 몸을 실으면 나는 곧바로 공항에 도착해 한국행 비행기를 타게 된다. 낭트를 떠나는 날 그는 나에게 뭐가 먹고 싶은지 물었고 나는 내가 처음 낭트에 도착한 날 그가 사 준 음식 ‘갈레트’를 먹겠다고 했다. 난 버섯, 햄, 계란, 치즈가 올라간 갈레뜨를 먹고, 치즈를 안 먹는 그는 연어, 계란, 크림소스가 들어간 갈레뜨를 먹고 우리는 낭트기차역에 도착했다.


서로를 의식하고는 있었지만 딱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기차가 들어오는 플랫폼을 향해 같이 걸어갔고, 그는 내가 기차에 짐을 올리는 것을 도와주었다. 그리고 그가 기차에서 내렸고 문을 사이에 두고 우리는 서로를 잠시 바라보았다. 기차가 곧 떠날 것이라는 안내방송이 나오자 그는 반사적으로 몸을 움직여 내 쪽으로 다가왔고 내게 키스를 했다. 그리고 기차 문이 닫힌다는 방송이 나오자 멈춰야 했고, 나는 그에게 눈인사를 건넨 후 좌석을 향해 걸어갔다. 기차가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고, 나에게 손을 흔들며 미소를 보이던 그의 모습이 점점 멀어져 갔다. 이제 더 이상 그가 보이지 않을 때 까지 나는 서서 그를 바라보았고, 좌석으로 돌아와 창밖을 바라보았다. 엄청난 폭풍우에 휘말린 것 같은 기분이었다. 기차가 지나가며 빠르게 스치는 풍경들이 마치 지난 나의 3개월 여행의 순간들처럼 느껴졌다. 3개월의 긴 여행기간 동안 나는 많은 걸 보고 느끼고 그리고 한 남자를 만났고, 행복했고, 고마웠고, 놀라웠다. 너무나 많은 감정들이 뒤섞여 도저히 내 감정이 무엇인지 하나의 단어로 표현 할 수가 없었다. 그리하여 그렇게 맛있게 먹은 갈레뜨는 하나도 소화를 못시켰고 엄청 체 한 채 나는 파리의 샤를드골 공항에 도착했고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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