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한국으로 떠난 이후 그는 누군가와 영어로 대화할 일은 없었던 것이다. 오랜만에 나와 영어로 대화를 하던 중 올리비에가 갑자기 영어로 말하는 게 ‘fed up’ (신물 나, 짜증 난다로 받아들임)이라고 말해 버린 일이 터졌다. 영어로 밖에 말할 수 없는 우리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그렇게 말하는 걸 들으니 이 남자 참으로 배려심이 없구나. 그를 만나고 처음으로 실망감이 든 순간이 찾아왔다. 그 뒤로 나는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에 빠져버렸다. 내가 막상 오니까 생각보다 안 반가운건가... 아... 돈까지 꿔서 날라왔는데... 젠장... 그의 마음이 달라 진건가? 아니면 원래 별로인 사람인데 내가 잘못 본건가? 지난 여름에 비해 사실 좀 나에게 차갑게 대하는 것 같은 기분까지 들면서 나의 기분은 완전 가라앉았다.
매우 멍한 상태로 있던 나는 산책을 나가자는 그를 따라 나섰다. 공원에 도착하니 추적추적 비가 내리는 10월의 낭트날씨가 적응도 안 될 뿐더러 스산하고 차가운 기운이 온몸을 휘감아 더욱 기분이 다운되었다. 결국 나는 나 혼자 생각에 우리들의 연애 온도가 달라졌다고 판단했고 갑자기 공원에서 돌아오는 차안에서 눈물을 뚝뚝 흘리고 말았다. 너무 놀란 그는 차를 세웠고 왜 그런지 나에게 물었다. 나는 바보처럼 울먹이다가 오전에 있었던 상황을 이야기 했다. 우리가 영어로밖에 대화할 수 없는데 당신이 영어로 말하는 게 짜증난다고 이야기한 것이 너무 서운하다고 했다. 그러자 그는 “아니야 아니야 영어로 하니 어렵다 답답하다는 의미로 말 한 거야, 영어로 말하니까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다 정확히 못하니까” 라고 설명하며 결코 자신이 선택한 단어가 피곤하다, 짜증난다 등의 의미로 전달되길 바란 게 아니라 설명하는 것이다.
사실 영어 단어 하나에 여러 가지 뜻이 있어 상황에 따라 다르게 쓰이듯이 우리는 각자가 말할 때 각자가 생각한 뜻으로 상대가 알아듣겠지 하는 게 있을 수 밖에 없었다. 그러다 보니 전달되는 과정의 미묘한 차이로 인해 사소한 “오해”와 다른 “해석”이 존재할 수밖에 없었다. 사실 뭔가 그와 대화가 잘 되지 않거나 이해가 안 되거나 하면 곧바로 물어보고 해결하면 되는 일인데 그때의 나는 무언가 조심스러웠던 거 같다. 나만 감정이 너무 앞서가는 건가 두려워하고 있었던 거 같다. 서로 여름 내내 좋았었기에 그 기분을, 그 상황을 망치기 싫어 문제가 있다고 느껴도 바로 바로 제기 하기 두려웠던 것 같다. 결국 그렇게 처음으로 눈물을 흘렸고 그 상황에 나도 그도 당황한 하루를 보내고 말았다.
나를 그만 눈물짓게 만들어버린 그 숲
내가 우울한지도 모르고 나를 사진찍고 있는 올리비에...음 센스학교에 보내고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