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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소연 Sep 17. 2015

20. 영화<라붐>의 할머니처럼
늙고 싶었다.


나의 첫 눈물 사건을 뒤로하고 우리는 낭트에서 차로 100km를 가면 있는 ‘골프 드 모비앙’ (golf-de-morbihan)이라 불리는 섬마을로 떠났다. 골프 드 모비앙은 약 300여개 이상의 작은 섬으로 이루어진 곳으로 우리나라 다도해 해상국립공원을 연상케 한다. 배를 타고 한 시간쯤 갔을까 섬에 다다랐고, 작은 항구가 보였다. 쌀쌀한 날씨에 그 날따라 홍합이 잔뜩 들어간 매운 짬뽕과 고춧가루 훅훅 뿌린 짜장면 생각이 간절했다ㅋ. 우리는 홍합짬뽕대신 아기자기하게 생긴 작은 항구에서 따뜻한 코코아 한잔을 마시고 마을을 향해 걷고 걸었다.


조금 걷는데 올리비에가 이곳이 소피마르소 주연의 영화 <라붐>에서 너무 멋진 할머니로 나온 ‘데니즈 그레이’의 별장이 있는 곳이라는 것이다. 그녀의 별장이 어느 집인지 찾아보고 싶었지만^^ 그러진 못했고, 산책을 하며 나는 잠시 영화 <라붐> 생각에 빠져들었다. 나의 사춘기 시절 그 영화를 보았을 때 물론 너무 예쁘고 발육이 남달랐던 소피 마르소도 좋았지만 그녀에게 자주 사랑과 인생에 대한 멋진 충고를 해주던 할머니를 정말 나는 좋아했다. 당시만해도 대한민국에서는 흔하게 찾아 볼 수 없었던 세련되고 멋진 할머니의 패션은 물론이요 어떤 주제에도 손녀인 소피마르소와 항상 편안한 대화를 나누는 것이 너무 보기 좋아 아!! 정말 나도 꼭 저 할머니처럼 늙었으면 좋겠다 라고 생각했었다. 영화 속 할머니는 나이가 들었어도 여자 임을 잊지 않으시며 자신을 가꾸셨고, 쿨 한 성격까지 갖추어 정말 완벽하게 나에겐 이상형 할머니였다. 오랜 기간 나에게 강하게 각인되어 있던 영화속 할머니 생각을 하니 이곳에 더욱 정감이 느껴졌다. 사실, 파리에서 길을 걷다보면 <라붐> 속에 나온 할머니처럼 잘 꾸민 분들을 엄청나게 많이 발견하게 된다. 어떨 땐 정말 너무 귀엽고 예쁘셔서 사진 한 장 찍어두고 싶을 정도다. 남다른 칼라 매치로 착용한 의상, 반지, 귀걸이, 목걸이, 모자, 스카프 등등 모든 것을 하나도 빠짐없이 착용하시고 5cm정도 되는 힐까지 챙겨 신으신 7-80대 할머님들이 파리에는 가득하다! 나도 꼭 그녀들처럼 늙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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