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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소연 Sep 18. 2015

21. 다시 가보길 잘한거 같아


짧은 낭트여행을 마치고 나는 한국으로 돌아왔다. 여름의 뜨거웠던 태양 같은 심정으로 다시 낭트를 찾았고,

그러나 어쩌면 다소 식어버린 가을의 태양을 발견했던 것 같다. 그것을 식어 버린이라고 해야 할까? 조금은 성숙해 버린이라고 해야 할까? 그 판단의 몫은 온전히 나에게 있었다. 지난 8월 우리가 헤어지고 나서 두 달을 돌이켜 보면 나는 한국에 돌아갔지만 다시 일을 시작하지 않았기에 여전히 여름의 뜨거움을 간직한 상태였다면 올리비에는 나와의 여행을 마치고 곧바로 일상으로 돌아가 나와는 다르게 조금은 차분해져 있었던 거 같다.

게다가 지난번 여름에 우리가 여행을 같이 다녔을 때는 매순간을 함께 했었는데, 이번 낭트로의 여행에서는 주말을 제외하고 그가 매일 출근을 했다. 이것이 아마 가장 달라진 부분이었던 거 같다. 그가 출근한 동안 덩그러니 그의 집에 혼자 남겨진 것이다. 낭트 시내도 하루 이틀 다녀왔지만 이미 다녀온 곳들이어서 새롭지 않았다. 엄청나게 들떠서 낭트에 다시 갔지만 실은 꽤나 외로운 시간들을 보낸 것이다. 그리고 36살에 나를 만난 것이 그의 생애 첫 연애였기에 그는 여자와의 대화기술(?)이 그닥 뛰어 나지 않았고 나 또한 오랜만에 하는 연애에 감이 많이 떨어져 -.- 혼자 생각이 너무 많은 상태였다.


보통의 연애로 보자면 데이트를 몇 번 해본 남녀가 이제 사귀어 볼까 하는 경계에 우리가 놓여 있었던 거 같다. 확실히 세 번째 낭트 방문은 유럽여행 기간 중에 찾았던 두 번의 낭트여행과는 확연하게 달랐다. 나는 이 번 여행을 통해 동화에서 빠져나온 느낌이었다. 유럽여행의 로맨스를 이어가고 팠지만 현실도 조금 보고 왔다. 앞으로 답 없는 원거리 연애를 해야 할 것이고 만나서는 계속 서로 제 2외국어로 대화를 이어나가야 한다.

하지만 뭐 이런저런 상황 다 알겠구요....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그냥 그가 참... 좋았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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