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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소연 Sep 04. 2015

1.10년간 일한 나를 위한 선물

80일간의 유럽여행을 떠나다.

1997년 10월부터 2007년 5월까지, 대학졸업 후 근 10년 청춘을 나는 고스란히 영화 홍보, 마케팅 일에 집중하였다. 아홉 살의 너무나 귀여웠던 ‘유승호’를 기억하게 하는 <집으로…> 최민수, 차승원, 김수로, 박상민 등등 엄청나게 많은 배우가 등장해 홍보하느라 진땀 뺀 <리베라메> 류승완 감독 최민식, 류승범 주연의 <주먹이 운다> 신민아, 류승범 주연의 <야수와 미녀> 고소영 주연의 <언니가 간다> 등등 나는 지난 10년간 여러 한국영화들의 홍보, 마케팅을 맡아 정말이지 오늘 출근 내일 퇴근의 삶을 살고 있었다!    


10년 동안 ‘일’에만 불사른 나의 청춘, 10년 동안 고작 남자친구라고는 지난 세기가 되어버린 99년도에 잠시 오토바이 타고 등장한 한 남자밖에 없었다. (그의 가장 큰 매력이었던 오토바이를 팔아버려 헤어졌지만…)그리고? 마이너스 표기가 시작된 지 어언 4년째인 통장 하나와, 이제 무엇으로 40대를 준비해야 할지에 대한 불면증을 동반한 고민거리들만 가득했었다. 3년 전에 찾아갔던 점쟁이가 분명 내 나이 34살에 회사를 때려치운다는 둥, 3년 후에도 애인이 없을 거라는 악담은 하지 않았는데…… 이 무렵쯤 나는 몸도 마음도 너무 많이 소진되어 한마디로 ‘배터리 아웃 상태’였다.     


문득 지난 10년 세월 나는 무엇보다 일을 사랑했고 열심히 해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10년 동안 열심히 살아온 나에게 박수라도 보내야 하지 않을까? 나를 버려가며 일에 헌신해왔는데 한 번쯤 나 자신만을 위한 시간을 보낸다면, 방전된 내 삶의 에너지를 다시 찾을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그 동안 지나친 ‘워커 홀릭’의 삶이었다. 그 와중에 나도 모르게 얻은 복부 비만과 까칠한 성격, 민자 무늬가 되어버린 나의 뇌! 34살이 인생 종착역도 아니거늘 이쯤이면 하던 일을 한번쯤은 멈춰줘야지 라는 자위로 나를 위한 ‘재충전의 시간’을 결심했다.


그래서 바람 따듯했던 어느 날, 회사에 퇴사 의사를 밝혔다. 그리고 아무런 망설임 없이 돈이 허락하는 선에서 최대한 길게 유럽 여행을 떠나기로 마음먹었다. 약 800만원(마지막 회사에서 4년간 근무해서 받은 피 같은 퇴직금)이 입금된 통장을 흐뭇하게 바라보며 당장 항공권부터 저질렀다. 일단 떠날 날과 도착 날을 정하니 이보다 행복할 수가 없었다. 시작은 영국으로 끝은 파리에서. 2007년 5월 12일부터 8월 1일까지, 딱 80일간 초딩 수준 영어로 나는 유럽을 휘젓고 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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