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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소연 Sep 06. 2015

3. 당신은' 장 뤽 고다르'
감독의 아들이에요?

그날 밤, 올리비에는 리스본 호스텔 근처에 괜찮은 식당이 있다고 우리를 안내했고, 그의 안내대로 나쁜 녀석들(MAUVAIS GARCON)이라는 이름의 ‘모베 갹숑’ 레스토랑에서 저녁을 함께 먹었다. 신기하게도 미국에서 온 ‘티파니’는 고등학교 시절 교환학생으로 ‘낭트’에서 1년을 살았던 것이다. 불어와 영어가 오가는 테이블에서 올리비에는 회계 일을 하고 치즈를 먹지 않는 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한국 사람들도 누군 청국장을 먹지만 누군 못 먹듯이 같은 것임에도 와인과 치즈로 대표되는 나라 프랑스 남자가 치즈를 먹지 않는 것이 참 신기했다. 그리고 그가 내가 참 좋아하고 영화공부하며 가장 인상 깊게 생각한 프랑스의 감독 ‘장 뤽 고다르’와 똑같은 ‘고다르’ 성을 가진 것을 알게 되었다. 난 그에게 “당신은 장 뤽 고다르 감독의 아들이야? ”라는 첫 질문을 했다. 그가 미소로 화답했고 “너는 어떻게 장 뤽 고다르 감독을 알아?” 라고 물었고 나는 “응 영화공부를 했고 지금도 영화 일을 하고 있어” 그렇게 우리는 대화를 이어갔고 저녁을 먹은 후 리스본 중심가의 여러 술집을 옮겨 다니며 ‘뽀르또’ 술 기행을 했다. 새벽4시가 다 되도록 우리 네 명은 여기저기를 옮겨 다니며 웃고, 떠들고, 마시고, 춤추었다. 나는 어느새 말도 안 되는 왈츠 같은 뱅글뱅글 도는 춤을 올리비에와 추어대고 있었다. 사실 나는 그날 밤 미국인 ‘티파니’가 ‘낭트’라는 도시에서 산적이 있고 불어로 둘이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보기 좋아 속으로 저 둘이 오늘 눈이 맞겠구나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춤을 추던 내게 갑자기 올리비에가 키스를 한 것이다. 나는 너무 당황해서 ‘오! 노!’라고 말해버렸고 그 순간 그 어색함을 해결하지 못해 우주에라도 날아가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 또한 나의 반응에 당황해 했고 우린 서로 ‘미안해’하며 어색하게 호스텔로 돌아왔다. 나는 NO라고 해놓고는 방으로 돌아와 묘한 감정에 휩싸인 채 뒤척이다 잠이 들었다. 그렇게 우리의 첫날밤^^이 지나갔다! 
 

*** 장뤽 고다르 감독의 영화중에 내가 가장 사랑하는 영화는 바로 1959년도 작품 <네 멋대로 해라>다. 장폴 벨몽도, 진 세버그 주연의 영화로 원제는 (a bout de souffle) ‘숨의 끝자락에서’ 정도로 해석될 것이다. 대학교 들어와 영화를 본격적으로 공부하면서 나는 50년대 말 60년 대 초반에 프랑스에서 일어난 영화 운동 ‘누벨바그(새로운 물결)’에 매료되었고, 이제 막 스무 살 대학생으로써 자유를 누리고 싶었던 터에 ‘네 멋대로 하라’니... 이 얼마나 선동적이고 자극적인 제목에 이끌리지 않을 수 있겠는가??? 나는 이 영화가 보여준 다양한 것을 사랑하지만, 특히 한국에서 지은 제목을 강렬히 사랑했던 거 같다. 다시 한 번 이 영화에 이 제목을 부쳐준 누군지 모를 그분에게 감사의 뜻을 보내야 할 것 같다. 난 올리비에에게 지금도 놀리듯 이야기 한다. 내가 프랑스에 오게 된 이유는 ‘고다르’ 때문인데, 당신은 두 번째 고다르야~ 첫 번째 이유는 내 사랑 장 뤽 고다르 감독이지! 메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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