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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소연 Sep 23. 2015

26.2008년 6월,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한 올리비에


나는 2008년 2월 1일 취직을 했다. 김태균 감독 차인표, 김명철 주연의 <크로싱>, 공효진, 서우, 이종혁 주연의 <미쓰홍당무>, 엄태웅, 정유미 주연의 <차우> 등을 투자, 공동 제작한 ‘벤티지홀딩스’라는 회사에 홍보 마케팅 팀장이 되었다. 나는 연일 영화 홍보일로 바쁜 나날을 보내 던 중 드디어 2008년 6월 올리비에가 처음으로 한국에 오기로 결정을 했다. 난 그가 와서 지낼 3주 동안 무엇을 하면 좋을까 몇 달 전부터 들뜬 마음에 엄청난 계획들을 세웠고, 심지어 직업병이랄까 그와 함께 하면 좋을 일들을 엑셀로 스케쥴 표까지 만들었었다. 하지만 당시 나는 입사 첫해로 많은 휴가를 사용할 수 없었고 미리 휴가 날짜를 논의 했음에도 불구하고 당시 홍보를 책임지고 있던 영화가 개봉 일이 변경되는 상황이 발생해 나의 상황이 녹록치 않았다.


영화마케팅일은 영화가 개봉되기 2달 전부터 개봉 되는 날까지 정말 초죽음의 상태와 같아 오직 일만해도 모자란 상황이다. 그리고 그 상황 막판에 그가 도착한 것이다. 그리하여 나는 정말 실시간으로 시간을 쪼개가며 그의 첫 한국방문의 해를 함께 했다.(마치 지난번 세 번째 낭트 방문 때처럼 이번엔 내가 그를 혼자 많이 두었어야 했던 것) 드디어, 인천 공항에 도착한 올리비에! 공항에 마중을 나가, 그를 바라보니 이 순간이 꿈인지 생시인지… 잠시 후 닥쳐 올 3주간의 어려움 따위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채 너무나 설레고 행복했다.    


리스본에서... 낭트로 ...그리고 그가 드디어 한국에 오다니…그에게 나는 우선 한국의 대표 이미지들을 먼저 보여주고 싶었고, 차에 태워 광화문 쪽을 지나, 삼청동에 가서 밥을 먹고 북악터널에 올라 서울 시내를 한눈에 보여주었다. 그는 피곤했지만 신기해했다. 올리비에는 낭트 근처의 작은 도시에서 태어나 낭트 대학을 다니고 낭트에서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남자로, 나를 만난 서른여섯 해 동안 파리는 한번 다녀가봤고, 유럽 사는 남자가 서른여섯 살까지 유럽여행도 거의 안 해서 리스본이 그의 세 번째 유럽여행이었던 것이다. 자신의 인생에서 아시아 땅을 밟아 보리라 상상도 못했던 남자 인 것이다. 그런 올리비에가 한국여자를 만나는 바람에 이제 겨우 조금씩 한국에 관심을 가져보려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나는 그가 한국에 도착하기 전까진 그가 그렇게 큰 도시를 싫어하는지 알지 못했다. 도착한 첫날부터 시작된 그의 도시 울렁증은 나로 하여금 어찌할 바를 모르게 만들었다. 한국은 그의 상상보다 너무 모던하고 인공적이었고 거대한 도시라는 사실에 그야말로 깜놀 하신 것이다! (사실 나는 낭트 친구들이 낭트 외곽에 살면서 낭트도 큰 도시며 파리는 ‘어우’ 하며 손사래를 치는 것이 진짜 적응이 안됐는데…이런 거였구나 싶었다) 공항을 빠져 나오면서 시작되는 엄청나게 높은 아파트와 빌딩 등에 압도되어 그는 패닉 상태를 보인 것. 게다가 그에게 있어 한국 방문은 나를 만나러 오는 것임과 동시에 3주의 휴가인데…휴가는 자고로 늘 자연과 함께해오던 이 남자가 대도시 서울에 완전 기가 홀려 초반부터 부적응의 절정을 보여주었다. “서울엔 왜 이렇게 높은 빌딩이 많아?” 8차선으로 펼쳐진 광화문의 도로를 보곤, “인도는 저렇게 작고 차도가 저렇게 넓어? 사람들은 도대체 어디로 다녀? 서울에 좀 쉴만한 작은 공원들은 없어?" 등등 그의 의문과 투덜거림은 멈추지 않았다. 급기야 어느 날 저녁을 먹으러 간 식당에서 테이블에 설치되어 우리가 편히 사용하는 벨을 보곤 어떻게 일하는 사람을 벨을 눌러 부를 수 있냐며 ‘비인간적이다’ 라고 하는 것이다. 그야말로 끙….. 그 뒤로 내가 그에게 어딘가를 가자고 제안 할 때마다 매번 그는 잊지도 않고 물었다 

“그곳에 큰 빌딩들은 없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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