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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소연 Sep 24. 2015

28. 깻잎에 반한 남자

그의 첫 번째 한국방문이 거의 끝날 무렵, 나는 시골을 좋아하는 올리비에를 위해 친구들과 일정을 맞춰 금, 토, 일 2박 3일 일정으로 ‘안동’에 놀러 갔다. 안동에서 태어나 영국에서 유학 후 스타일리스트를 하고 있는 친구의 본가로 떠났다. 안동 촌놈 출세했어 라고 놀리면 바로 쌍욕(?)으로 화답하는 스타일리스트 ‘재하’ 어머님이 사시는 곳은 안동에서도 그야말로 앞으론 물 좋고 뒤로는 산 좋은 올리비에가 딱 좋아할 구중산골이었다. 집 뒤로 여인의 가슴마냥 봉긋하게 솟은 산이 있었고, 두 가슴능선 사이로 어머님 집이 자리 잡고 있었다. 앞마당에는 여러 가지를 야채를 심어둔 텃밭과 산딸기가 천지였고 작은 하천도 하나 흐르고 있어 참으로 아름답고 고요한 곳이었다. 올리비에로써는 한국의 오래된 툇마루 집, 재래식 화장실 모든 것에 신기해했다. 이제서야 떠날 날을 며칠 남겨두고 그의 얼굴이 피고 있었다. 역시나 시골남자 올리비에! 


안동시장에서 사온 한우와 돼지고기를 먹기 위해 우리는 능숙하게 바닥에 신문지를 깔고 각종 쌈 채소와 여러 종류의 버섯, 쌈장을 준비하고 휴대용 가스렌지 위에서 지글지글 고기를 굽기 시작했다. 나는 깻잎에 삼겹살과 쌈장을 넣어 그의 입에 넣어주었다. 순간 깻잎의 강한 향에 깜짝 놀랐지만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정말 맛있다고 하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에겐 전혀 새롭지 않았지만 그에겐 바닥에 이렇게 신문지 깔고 삼겹살구워먹는 모습이 너무 신기했는지 “소연 이거 비디오로 좀 찍어줄 수 있어? 낭트의 친구들에게 보여주게 하는 것이다. 그가 좋아하니 참으로 나도 좋았다. 그리고 그날 밤 같이 간 나의 친구들은 그에게 남자에게 정말 좋은 술이라며 ‘복분자’를 엄청 권했고 지금도 그는 복분자 이름은 까먹지 않았다. 맛있는 저녁을 먹고 술이 얼큰하게 오른 그 밤. 침대가 아닌 바닥에서 자야 하는 하이라이트가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사실 그날 밤 엄청나게 뒤척이긴 했지만 무엇보다 조용하고 어두운 안동의 밤이 참 좋다고 3주동안 이번 주말이 가장 좋았다는 것이다. 에이 시골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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