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리비에의 첫 한국방문이 끝나고, 공항에서 그를 보내며 나는 이런저런 복잡한 마음이었다. 우리의 관계는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가... 그와의 만남은 어느 순간부터 나에게 엄청난 고민거리들을 제공했다. 여러 나의 주변 상황때문에라도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주인공처럼 조만간엔 선택이라는 결론을 내려야 하는 건가? 하는 압박도 만만치 않았다. 당시 내 나이 서른다섯이 나만 빼고^^ 가족과 친인척 모두에게는 ‘너무 많은 나이’로 여겨졌던 것. 게다가 두 살 아래 사촌여동생이 시집을 가면서, 집안의 마지막 문젯거리 노처녀로 내가 대두 된 것이다. 지난 해, 아흔 아홉 살에 돌아가신 나의 외할아버지가 돌아가시기 몇 달 전 갑자기 내 나이(당시 34세였음)를 물어보시더니...“에이 텄어 너무 늙었어 노색시야” 라고 솔직하게 발언 하셔셔 그 자리에 있던 모두를 웃게 했던 씁쓸한 기억이 새록 새록한 상황이었다^^;;;;
무엇보다 올리비에의 첫 한국방문에서 그가 한국에 대한 불편한 반응을 너무 보인 것이 나를 가장 고민하게 만드는 지점이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한국 좋아해서 한국에서 일하고 있는 외국인 남자를 만났어야 하는데 “젠장!” 하면서 말이다!^^;;;; 그리고 그가 한국을 다녀갔으니, 다음엔 내가 프랑스에 가서 그를 보면 되겠다라고 생각은 했지만 이런식으로 일 년에 한 번 혹은 두 번 원거리 연애로 우리의 관계가 언제까지 유지될 것인가 그와 함께하는 미래는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너무나도 확신 있게 ‘불투명’ 했다! 하지만... 이상하게 확신 있게 복잡한 이 남자와의 로맨스를 당장 끝내고 싶지 않은 마음만큼은 강렬했다.....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 그와 함께하는 미래는 단순히 그만 연상하는 것이 아니라, 솔직하게 프랑스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좀 더 상기시킨 것 같다. 어릴 적 나의 로망이었던 프랑스에서 살아보기, 프랑스에서 영화 공부하기 등등을 세트메뉴처럼 그와의 미래에 플러스시켰던 것이다. 사실 나는 정말 프랑스 영화와 감독들을 사랑했다. 대학에 들어가 영화공부하기 시작하면서 알게 된 프랑스와 트뤼포, 장 뤽 고다르, 에릭 로메르, 알랭 레네 감독등을 너무 사랑했고, 대학 졸업 후 여차저차 돈과 용기와 이것저것부족으로 유학을 떠나지 못했고 그것이 어찌 보면 내 인생에 있어 가장 아쉬운 지점이라고 늘 생각했던 것 같다. 그리하여, 그의 첫 한국 방문 이후 그가 정말 내 운명의 남자인지 아닌지 다시 한 번 확인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게 다가왔다. 그리고 나는 다시 용기를 내어 2008년 추석연휴 기간 동안 나는 다섯 번째 낭트 방문 길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