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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소연 Sep 27. 2015

30. 다시 찾은 낭트에서 이창동감독의 <밀양>을 보다

2008년 가을 내가 낭트에 도착했을 때, 프랑스에는 이창동감독의 <밀양>이 개봉 중이었고, 우리는 함께 극장을 찾았다. 그에게 있어선 첫 한국 영화 관람이었다. 한국 영화를 낭트에서 본다는 사실과 마침 칸 영화제에서 전도연이 <밀양>으로 여우주연상을 탄 터라 나의 기분은 더욱 들뜨고 뿌듯하고 자랑스러웠다. 그와 같이 한국 영화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즐거운 시간될 것 같았고 그리고 극장에는 많은 프랑스 여성 관객들이 있었다. 영화를 보고 난 후 나는 매우 인상적인 이 작품에 대해 곰곰이 생각하느라 멍하니있었다. 문득, 그가 약간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나에게 물었다 “한국의 부모는 집에 아이를 보호자 없이 혼자 둬?” 음…나는 영화는 영화고 극적 상황을 위해 그런 거지 물론 아니다 라고 대답했다. 그러나 그는 나의 말을 잘 안 믿는 듯 했다. 한국 영화 속에 비춰진 상황을 여과 없이 현실로 받아들이는 그에게 어떻게 더 설명을 해야 할지 난감했다. 순간 나는 영화보고 할 이야기도 많은데 한국은 왜 저래? 로 대화를 시작한 거에 화가 났다보다. 그래서 곧장 “그럼... 프랑스 남자들은 다 부인 친구랑 사귀어? 프랑스 영화 보면 그런 내용이 너무 많더라!” 라고 쏘아부쳤다^^;; 아무 대답도 하지 않고 그는 주방으로 사라졌다. 그날 밤 한국영화를 프랑스에서 보는 게 참 좋았는데 그 기분은 다 어디로 가고 한국은 이상해! 프랑스도 이상해! 이런 일차원적 질문과 대답만 오고 갔으니 다섯번째 낭트 방문인데 참으로 유치한 밤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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