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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소연 Sep 28. 2015

32. 2008년 가을
에트흐타의 절벽에서


우리는 프랑스의 남서쪽 노르망디지역에 위치한 코끼리 코 모양의 거대 바위가 있는 ‘ 에트흐타’로 향했고 이 여행 끝에 그는 파리의 회사에 면접이 있었다. ‘에트흐타’는 영화 <괴도 루팡>이 촬영된 장소이기도 하고, 모네 등 여러 유명 인상파 화가들이 ‘에트흐타’의 절벽을 아름답게 화폭에 담아 유명한 장소이기도 하다. 프랑스에서 가장 유명한 <노트르담 드 파리>를 쓴 작가 <빅토르 위고>는 에트흐타를 가리켜 ‘ 세상에 존재하는 가장 위대한 전축물’ 이라 는 표현을 쓴 것에 나는 완벽히 동의한다. 코끼리가 자신의 코를 바다에 넣고 있는 형상인 언덕에 올라 저 멀리 바다의 수평선과 하늘이 맞닿은 모습을 바라보면 그야말로 장관이다! 이곳의 자연풍경이 주는 무한감동에 왜 많은 작가들이 사랑에 빠졌는지 알 것 같았다. 그리고 지금도 누군가 나에게 “프랑스에서 어디가 제일 좋아?” 라고 물으면 나는 서슴없이 “에트흐타” 를 손꼽는다.


많은 망설임 끝에 나는 다시 한 번 낭트에 왔고, 이번 ‘에트흐타’ 로의 여행을 떠나기 전부터, 우리는 전과는 조금 다른 서로가 함께 할 수 도 있는 열린 미래에 대한 대화들을 나누기 시작했고, 그런 후 도착한 에트흐타여서 그런지. 노을이 지는 석양을 바라보는데, 드넓은 바다와 하늘은 나에게 ‘한번 사는 인생 니가 정말 원하는 걸 해’ 라고 말하는 듯 했다 이상하게 에트흐타에서 조금은 확신에 찬 나를 발견한 것 같다. 그리고 파리의 면접 장소로 우리는 떠났고 그가 면접을 보러 간 사이 나는 면접장소의 맞은편 커피숍에 앉아 그를 기다리며, 에트흐타를 바라보았던 감동을 간직한 채… 나도 한번 프랑스에서 살아볼까? 게다가 이렇게 빨리 파리에 면접 자리도 알아봤으니 그에 대한 조금은 강한 믿음까지 이번 여행 기간동안 생긴 것 같았다. 음... 하지만 나는 너무나 사랑하는 나의 영화 일을 포기하는 게 싫고 힘들것 같았다. 사실 새로 들어간 회사도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아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가족과 친구들 없이 프랑스에서 그만 믿고 살 수 있을까? 인생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건 내 반쪽을 만나는 거라고 하지만, 그는 정말 나의 반쪽일가? 나는 수업이 많은 예스와 노를 끄적이며 그를 기다렸고, 면접을 마친 그를 만나 우리는 다시 낭트로 향했다. 낭트로 돌아가는 차 안에서 우리는 그다지 많은 대화를 나누지는 않았지만 그는 면접결과가 좋으면 적어도 세달 후부터는 파리에서 살게 될 것 같은데 너는 어떻게 생각해? 라고 묻는 것이다… 아 뭐라고 잘 대답을 해야 하나.. 아 그래? 잘됐네.. 나는 사실 정말 내가 뭐라고 답을 했는지 기억이 안 난다. 그저 난감하고 애매하고 당황했던 그 감정만이 기억난다. 정말 수습 안 되게 복잡 복잡 했다.

사진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인상파 화가의 그림처럼 느껴지는 에트흐타의 일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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