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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소연 Sep 30. 2015

34. 2009년여름, 처음으로 아버지와 만난 올리비에


2009년, 아버지의 뇌종양 투병 중에 아버지를 만나기 위해 그가 두 번째로 한국을 방문하기로 했다. 병원 앞으로 마중 나온 엄마의 환한 미소 그리고 병실에 도착하자 아빠는 왼쪽 편마비로 앉아 계신 게 상당히 불편했음에도 불구하고, 식사테이블을 펴고 오른쪽 팔로 자신의 몸을 지탱하며 앉아있는 자세를 유지하신 채 우리를 맞이하셨다. 아버지는 첫 인사를 드리는 올리비에를 바라보았다. 사실, 당시 근 일 년 동안의 병원 생활을 통해 아버지는 매우 수척해진 상황이었지만 그날만큼은, 딸의 남자와의 첫 대면자리여서 그런지. 아버지 눈에서 ‘레이져’가 쏟아져 나왔다! 올리비에를 관찰하는 아버지의 강한 눈빛, “내가 이 아이 애비다!” 라는 레이져 발사! 정말이지 그날, 아버지는 이전의 자신감 넘치는 모습 그대로 호랑이 백 마리라도 때려잡을 눈빛으로 올리비에 기를 죽이며 딱 한마디 물으셨다 “소연이 많이 사랑해?” 나는 중간에서 통역하며 조금 쑥스러웠고 올리비에는 “네” 라고 답하며 내 볼에 키스를 해주었다. 그러자 “많이 사랑해줘” 라고 한마디 더 하셨다. 비록 건강하고 강했던 자신의 모습을 딸의 남자 앞에서 보여줄 순 없었지만, 남자 대 남자로 아버지의 강한 눈빛만큼은 올리비에를 압도하고 싶으셨을 것이고 정말 그러하셨다.


그리고…아버지는 일 년 반의 병원생활 후 2009년 9월 21일 추석 전 날 돌아가셨다. 더 이상 만날 수 없다는 충격... 그리움... 차마 그 보고픔을 무엇에 비유하며 글로 표현할 수 있을까? 이곳에 살면서 매일 매일 아버지가 그립다. 아빠 무등타고 아빠랑 조잘 조잘대는 꼬마숙녀만 봐도 나는 아버지 생각에 그리움이 사무쳐 금새 눈시울이 젖어 든다. 그날 아빠가 보여준 그 눈빛 그것이 나에게 얼마나 큰 힘이 되었는지 그것 때문에 얼마나 지금도 내가 든든한지 아빠에게 꼭 말하고 싶다. 고맙다고… 그래서 아주 잘 살아보겠노라고!     


그리고 그날, 올리비에가 나의 부모님을 처음 만난 날 웃지 못할 일하나, 엄마 아빠를 만나기 전 나는 이런저런 한국말 인사를 올리비에에게 연습시켰고, 끝으로 병원을 나올 때 아버지 어머니 건강하세요 라고 말하라고 시켰다.. 그리고 잠시 후 올리비에는 “아부지 어무니 강간하세요”….라고 발음해버렸다...이런 끙…대형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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