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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소연 Nov 02. 2015

42. 일상으로의 복귀, 그리고 그에게서 걸려온 전화

누구나와 마찬가지로 나는 다시 일터로 돌아왔고 일상이 시작되었다. 회사에서 새로 기획되는 영화의 시나리오들을 계속 검토했고, 투자의뢰가 들어오는 시나리오들도 매일 읽으며 바쁜 나날을 보냈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던 2010년의 겨울의 어느 날, 그에게 메일이 왔다. 아버지의 건강이 어떤지 묻는 메일이었고 나는 담담히 사실을 전했다. 며칠 동안 그에게서 많은 전화가 왔다 처음엔 받지 않았다. 그렇게 몇 번 걸려오는 전화기를 쳐다만 보고 있다가 전화를 받았고, 아버지의 소식에 그는 정말 많이 미안해했고. 곧바로 자신이 한국에 나를 보러 가면 어떻겠냐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계속해서 나를 보러 한국에 오겠다는 올리비에. 하지만, 우리는 헤어졌고 나는 몸과 마음이 너무 지쳐있던 때라 올리비에가 한국을 오겠다는 말에 전혀 관심이 없었고 헤어진 마당에 나는 단호히 그에게 거절의 메일을 보냈다. 우리는 헤어졌고, 난 당신이 여기와도 당신을 챙기고 웃을 수 있을 만큼의 여유가 없으니 오지 말라는 글이었다. 그러나 해를 넘기고 2011년이 되었는데도 계속해서 한국에 나를 만나러 오고 싶다는 연락을 해오던 어느 날, 내가 너무 반응이 없어서 였는지... 그럼 “소연이 여행 겸 쉴 겸 파리로 오는 건 어때?” 라며 비행기 값은 본인이 내겠다는 것이다. 당시 나는 구정기간을 이용해 어디 가서 머리 좀 식히고 오면 좋겠다라고 생각하고 있던 차에 그의 제안을 듣고 갸우뚱하며 친구들에게 이야기를 하자 ‘야! 가지마’ 라는 파와 공짜 여행 할 수 있는 기회인데 ‘왜 안 가느냐’ 파로 나뉘었다.^^ 심지어 이번에 파리를 가서 올리비에가 한국에서 그랬던 것처럼 니가 파리가 너무 싫다며 진상을 부리고 오라는 등, 각종 충고들이 날아 들어왔다. 아… 이것 참… 헤어진 마당에 이게 왠 고민!!!! 하지만 파리를 사랑하는 나는 파리라는 도시에 다시 갈 수 있다고 생각하니 조금은 그의 제안이 싫지가 않았다. 친구들은 그럼 가서 너 연인처럼 지내다 올 거야? 헤어졌는데 너 호텔은 따로 잡을꺼지? 등등 이런저런 이야기가 난무하던 중 솔직히 그 보다 파리가 더 보고 싶었던 마음에 에라 모르겠다 라며 예쓰를 날려 버린 것이다. (난 엄청 쉬운 여자인가부다 흐흐). 2011년 당시 구정연휴는 길게 휴가를 내기에 참 좋았다. 아무튼 구정 기간에 맞춰 비행기를 탄 나. 내 마음의 상태가 뭐든 간에 그리 분노하고 괴로워했는데 내가 또 그를 보러 프랑스행 비행기에 올라 있으니 나 스스로도 아이고 미친년 소리가 절로 나오면서 창피하기도 했다. 사실 우리둘의 과거사가 복잡하지만 그냥 나는 파리 지인 집에 놀러가는 심정이었다. 그리고 아주 짧게… 우리의 인연이 무엇 이길래 내가 또 결국 프랑스행 비행기에 올랐나 싶으면서 이 인연 참으로 질기다 라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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