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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소연 Nov 13. 2015

43.2011년, 일년 반만에 다시그를 파리에서만나다.

우리가 헤어지기 전 우리가 함께 할 미래를 상상하며 나를 위해 파리로 이사를 왔던 올리비에, 우리가 헤어진 후에도 그는 여전히 파리에 살고 있었다. 그가 살고 있는 집에 도착해 짐을 내리고, 집을 둘러보니 또 기분이 묘했다. 어쩌면 내가 여기서 저 남자와 살았을 수도 있겠구나 싶은 마음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의 집은 파리의 북쪽, ‘몽마르트’ 언덕이 가까운 18구였고, 밥을 먹고 소화시킬 겸 걷다 보면 10여분 뒤 어느새 몽마르트 언덕에 다다른다. 끝없이 펼쳐진 계단 덕에 소화도 되고, 정상에 오르면 파리 시내도 한눈에 보여 일석이조였다. 파리 도착 후 나는 내가 좋아하는 현대미술작품이 많은 퐁피두센터를 방문했고, 오페라 역 근처 한인 슈퍼에 들러 먹고 싶은 거도 사고, 일본 식당에 가서 우동도 먹었다. 오페라극장에서 센 강 방향으로 걸어가면 ‘루브르’ 박물관이 나오고 일직 선상으로 위치한 ‘튈를리’ 정원이 나오는데 정말 꽤나 좋은 산책 코스였다. 개선문과 샹젤리제 거리, 콩코드 광장, 튈를리 공원, 루브르 박물관이 일직선으로 놓인 이곳은 아마 파리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오고 가는 길목 일 것이다. 2월인데도 봄처럼 좋은 날씨에 편안한 의자가 많이 구비되어 있는 튈를리 공원에서 여유롭게 앉아 햇빛을 쬐니, 그 자체로도 좋았지만 편안하게 휴식을 취하고 있는 파리 시민들만 바라봐도 저절로 힐링이 되는 느낌이었다. 아마도 그는 그 때 나에게 파리가 꽤나 살만한 도시라는 걸 보여주고 싶었던 거 같다.

향후 2012년에 파리에 도착해 알게된 사실 하나는 2011년 2월 퐁피두센터에서 그가 찍어준 왼쪽의 사진이 오랜기간 그의 컴퓨터 바탕화면 사진이었다. 그리고 2011년 당시 그는 파리에서 제일 큰 한인슈퍼에 데려갔고 나는 양파링을 사서 튈를리 정원에서 2월의 따듯한 햇살을 맞이하며 휴식을 취했다. 아마도 파리에 살아도 한국음식과자 사먹는데 문제가 없다는 걸 보여주기 위했던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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