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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소연 Dec 15. 2015

45. 2011년 가을, 한국에 널 보러가면 안될까?

지난번 구정 연휴 나의 파리 여행 당시, 우리는 연인도 친구도 아닌 애매한 사이로 지냈다. 사실 파리에서 보낸 시간만 보자면 좋았지만 나는 그와 다시 잘됐으면 하는 희망도 뭐도 아무것도 없었기에 어떻게 보면 지난 번 파리 여행은 파리에 있는 친구 집에 쉬러 다녀온 거와 마찬가지였다. 그 또한, 적극적으로 우리가 더 잘됐으면 좋겠어 어쩌구 저쩌구 말을 하지도 않았다. (파리까지 나를 오라고 해놓고는 참, 이건 뭐 집에 가면 왕사이즈 다이아몬드 반지라도 준비하고 있을 자세더니... 전혀 그러진 않았지만) 아무튼 그때도 그 이후에도 그는 별다른 강한 제스처를 나에게 취하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나대로 일을 계속해가고, 새로운 사람과 연애도 해볼 참으로 만나는 사람마다 외롭다며 나 좀 구제해 달라 했다. 친구 애인들에게는 내 친구만 시집가게 되면 결혼식장에서 난동을 부릴테니, 나를 해결하고 내 친구를 데려가라는 등 시위도 해보던 중이었다. 그 당시 노처녀 제대로 외로웠다. 파리를 다녀 온 후 어느 날부터인가 그는 마치 우리가 다시 시작된 것처럼 정기적으로 채팅을 하길 원했지만 난 딱히 응하지 않았다.


그렇게 몇 달이 지나고 여름의 끝자락에, 그가 한국에 가도 되겠냐고 묻는 것이다. 음.. 난 왜? 라고 물었다. 그는 내가 보고 싶어 온다는 것이다. 이거 참, 당시 친구들 반응 역시  “왜  또 온대? 와서 또 적응하기 힘들어서 썩은 얼굴만 보여줄라고?” “야 오지 말라 그래!” “어머 올리비에가 널 정말 좋아하긴 하나 부다 또 온대?” “그리 서울을 싫어하면서? 왠일이니!” 매번 그렇듯이 친구들은 또 다양한 반응들을 쏟아냈다. 나는 그에게 메일을 보냈다. 니가 별로 좋아하지 않는 한국이잖아! 나는 휴가를 많이 내서 너와 놀아 줄 수가 없고, 지금 사는 집에는 월세를 같이 내는 하우스 메이트도 있어서 그다지 편한 상황도 아니라고 전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리비에는 나를 꼭 만나고 싶다는 강력한 뜻을 계속해서 메일로 전해왔다. 몇 날 며칠을 고민 끝에 나는 당신이 한국에 와도 많이 케어 하지 못 할거다 휴가도 낼 수 없다 등등 여러 전제를 이야기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고 싶으면 오라는 답장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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