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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소연 Dec 17. 2015

47. 생애 첫 설악산 등반

올리비에는 한국에서 제일가보고 싶은 곳을 설악산으로 꼽아 (참 그다운 선택), 회사에 하루 휴가를 내고 나는 금,토,일 그와 설악산 등반에 도전하기로 했다. 나도 사실 안 가본 곳이었고 언젠가 한번 설악산에 오르고 싶었는데 나쁠 것 없을 거 같았다. 그리하여 우리는 설악산에 오르는 여러 코스 중 하루 6시간을 걸어 정상에 올랐다가 다시 3시간 가까이 내려와 쉘터에서 잠을 자고 그 다음날 백담사로 내려오는 코스를 택했다. 정말 하루에 9시간이라는 긴 시간을 걸은 건, 고소공포증이 있는 내가 터키에서 ‘스카이다이빙’에 도전한 이후 내 인생의 두 번째 크나큰 도전이었다!     


설악산에 오르는 내내 여지껏 그런 모습을 크게 본적이 없는거 같은데^^;;; 이번에는 그가 나를 참 많이 챙겼다. 내 손을 잡아주고 내 등을 뒤에서 밀어주고 기다려주고 내가 늦어지면 100번이고 뒤를 돌아 나를 돌아보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대한민국의 가을 날씨가 얼마나 좋은가! 기분이 정말 최고로 좋았다.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주거니 받거니 하고 점점 육체의 고통이 커질수록 정상은 가까워졌다. 재미있었던 일은 등반 도중 만난 아저씨 아주머니들의 올리비에에 대한 다양한 반응이었다. “어머 파마가 너무 잘나왔다!!파마 한 거지?” 라며 대다수의 아주머니들은 그의 천연곱슬을 파마로 완성한 헤어스타일로 오해하시며 공통 질문공세를 하셨다. “아니요” 라고 답하면 모두들 "어머 외국사람은 파마 안해도 저렇게 되나바 좋겠다" 라시며 감탄들을 하셨다. 그리고 대부분의 아저씨들은 “오! 헬로우!!” 가 공식인사였다! 오이 주시는 분, 육포 주시는 분, 그 외에도 본인들이 싸오신 여러 음식들을 나눠주시는 분들, 정말 많은 분들이 나와 올리비에의 설악산 등반에 큰 도움을 주셨고^^ 다정하게 이것저것을 나눠주는 한국적 정서에 올리비에는 크게 놀라는 듯 했고 굉장히 만족 해 했다. 총 9시간 동안의 등반과 하산을 통해 나는 육체적으로 너무 너무 힘들었지만, 정신적으로는 지난 몇 년 간 가장 건강하게 기분 좋은 시간을 그와 함께 보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리고 산 정상을 오르고 내리는 길에 그간 서로에게 하고 싶었던 많은 이야기들을 좀 더 자연스럽게 깊게 하게 됐고 무엇보다 그 어떤 때보다 우리는 편안한 시간을 보낸거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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