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12년, 7월 13일 파리행 비행기에 오르다

by 박소연

올리비에로부터 일종의 프로포즈를 받고 고민 끝에 프랑스에 가보는 방향으로 고려 해 볼게 라고 답했다. 그리고 그 순간부터 나의 불면증은 시작되었다. 활화산처럼 뜨거웠던 사랑의 감정보다는 조금은 담담해지고 편안한 지금의 감정도 사랑이라 부를 수 있는 건가? 그래서 한 남자와 영원히 함께 할 수 있는 정도가 되는 건가? 그리고 나이 마흔에 다른 나라로 떠난다는 거 이거 내가 감당 할 수 있을까? 그리고 직업도 당분간 없을 테고, 무엇보다 가장 문제는 혼자되신 어머니였다. 내가 만약 파리로 가게 되면 가족과 나의 절친 들을 자주 봐야 일 년에 한번뿐 일 텐데, 그의 프로포즈와 한번은 파리에서 살아보고 싶은‘로망’만으로 모든 외로움 걱정 등등을 이겨 내고 나는 파리에서 살아나갈 수 있을까? 아님 가서 한 6개월만 지내다 올까? 그러기엔 일이 문제였다. 정말 매일 매일 밤 머리가 지끈거렸다.


그러던 어느 날 나는 결심을 했고 엄마에게 이야기를 꺼냈다. 엄마가 너무 쇼크 먹을 것을 대비해 지원군 큰오빠와 함께 고향을 찾았고, 예상대로 어머니는 곧바로 식음전폐…… 올리비에와 헤어진 거 까지만 알고 계신 어머니는 이 왠 날 벼락인가 나보고 미쳤다고 가지 말라고 하셨고, 갈 거면 올리비에 오라해서 결혼하고 가라는 것이었다. 사실 엄마 입장에서 보면 헤어진 줄로만 알았던 딸이 이제와 전 남친과 그것도 외국에서 살아 보러가요라는 딸을 어느 대한민국 엄마가 받아들이겠는가? 나 같아도 미친년 이럴 거 같다. 난 너무 걱정하는 엄마 앞에 우선 파리에 가서 살아보고 영화공부를 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뭐 다 늙어서 왠 공부냐고 하셨지만, 그냥 살러가요 보다는 날 것 같아서였다. -.- 그리고 올리비에 문제는 이리 말하였다.“엄마 결혼하고 갔다가 오면 이혼이지만 공부하러 갔다가 돌아오면 유학이잖어!!!^^ 나는 정말 프랑스에 살아보고 싶어…”


폭탄선언 얼마 후 드디어 상황을 받아들인 엄마, 이제는 회사차례였다 당시 기획피디로 일을 하고 있던 작품은 2013년 초에 개봉한 이민기, 김민희 주연의 <연애의 온도>였다. 말을 꺼내자마자 회사 이사님은 “엥? 우리 영화 지금 캐스팅도 다됐고 지금 관둔다고? 로또 됐냐?”하시는 거다. 사실 자세한 이야기를 이사님께 할 상황은 아니었고, 쉬면서 재충전하겠다는 말을 남기고 한국에서 나의 15년 영화인생을 마감했다. 2012년 6월 30일 마지막으로 회사에서 퇴근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에서 하염없이 눈물을 났다. 정말 사랑하는 영화 일을 그만 두는 게 너무너무 힘들었기 때문이다. 내가 만약 일을 싫어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 생각까지도 했었다. 하지만 난 영화를 너무 사랑했다. 집에 와 밤새도록 내가 홍보, 마케팅 했던 영화자료들을 보면서 프랑스에서도 꼭 영화 일을 할 수 있기를 혼자서 기원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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