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2012년 런던올림픽 개막과 우리의 첫다툼

by 박소연

우리는 2012년 7월 28일 런던 올림픽 개막식이 파리 시청 앞에서 생중계된다는 소식을 듣고 시청에 가서 개막식을 관람하기로 했다. 자전거를 타고 시청에 가자는 그의 제안에 나는 마치 CF속 여자 모델이 예쁜 원피스를 입고, 짚으로 만든 모자를 쓰고 자전거를 타며 모두에게 환한 웃음을 선보이던 그CF를 연상해보며^^::, 파리에서 첫 자전거 타기인데 하는 생각에 온갖 클리쉐를 다 동원하여 하늘거리는 파란색 원피스를 입고, 바게트도 하나 사서 가방에 넣고 출발했다. 그리고 나의 예상은 적중했다. 음… 파리 할배들에게만^^ 자전거를 탄 동양의 여인은 정말 그들에겐 사랑스러운 대상인가 보다. 한국에서 전혀 받지 못한 나를 향한 남자들의 미소! 비록 젊은 오빠들의 미소는 못 받았지만 뭐 할배들의 미소라도 하는 생각에 혼자만 만족도 상당히 업! 이만하면 됐지 뭐~ 나는 유럽에서만 가질 수 없는 너니까^^.


조금만 가면 된다는 그의 말에 또 속아 생각보다 오래 자전거를 타고 달렸고, 엉덩이 허벅지 종아리 모든 근육이 아파오기 시작했다. (살다 보니 터득한 첫 번째 사실, 올리비에의 조금만 가면 된다는 멘트에 속으면 안 된다; 187CM의 건장한 남자 걸음에 맞춰 10분 인거지 나에겐 항상 30분은 걸리는 정도의 거리였다. 그리고 터득한 두 번째 사실 배고파? 라고 물으면 배가 그다지 고프지 않아도 반드시 배고파라고 대답해야 한다. 왜냐하면 식당을 찾기 위해 가기 위해 배가 고프지 않다고 말한 순간보다 항상 1시간 30분, 2시간은 지나야 밥을 먹게 된 것이다. 그래서 막판에 나는 아주 신경이 날카로워지고 아무거나 먹자고! 하며 신경질을 내며 밥집을 찾게 되더라는 것. 처음에 그의 말에 숨은 뜻이 파악되지 않아 개고생(?)좀 하고 나서 지금은 꽤나 숨은 뜻을 금방 알아차린다.)


아무튼, 2012년의 런던 올림픽 개막식을 파리의 시청 앞에서 보게 되다니 참 신기했고 즐거운 마음으로 개막식을 즐겼고, 국가별 선수들이 입장을 시작하자, 시청에 모인 전 세계 사람들은 자신의 국가 선수들이 입장 할 때마다 자리에서 일어나 환호를 보냈다. 대한민국이 나오면 나도 환호하리라 맘먹고 쭉 지켜보다가 북한선수들의 입장에 나도 모르게 혼자 소릴 질렀고 한국선수들의 입장은 국기를 든 사람이 누구인지 생각하다 순식간에 소리도 못 지르고 지나가 버렸다 모든 것이 끝나 집으로 돌아가려던 순간 보슬비가 조금씩 내리려고 하면서 사단이 났다. 비가오고 있어서 나는 자전거를 다시 타고 가고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시간이 새벽 1:30분이 넘었고 지하철이 있다면 지하철을 타자라고 하자 했더니. 자전거로 왔으니 자전거로 가자는 것이다. 나는 지금 힘들어서 자전거 못 탄다 하니 자기가 끌어줄 테니 너는 앉아만 있어라 하는 것이다. 그렇더라도 그 새벽에 비를 맞고 집에 갈 생각을 하니 난 정말 엄두가 나지 않았다. 결국 지하철로 내려가 보자 라며 실랑이를 벌이던 중 분명 그가 나에게 “너는 지하철을 타 나는 자전거 타고 갈게” 라고 말한 것을 들었다. (하지만 나중에 자신은 그런 말을 전혀 한 적이 없다고 했고, 내가 갑자기 이 시간에 나보고 혼자 지하철 타라고 소리를 지르며 휙 지하철을 향해 가버렸다는 것이다) 당시 나는 분명 지하철 입구에서 그가 자전거를 어찌하나며 그말을 했고 게다가 갈아타야 한다고 투덜거리는 올리비에를 봤는데 말이다. 결국 난 혼자 새벽 2시 지하철 막차를 탔고, 지하철 안에는 험하게 생긴 남자 둘과 나만 있어 더욱 무섭고 황당하고 속상하고 서운했다. 매우 짧은 시간이지만 그 시간에 화가 난 상태에서 아무데도 갈 때도 없고 전화 할 곳이 없는 게 더 서러웠다. 친구들과 메시지라도 할 수 있다면 지하철 내에서 화라도 삭힐 텐데 말이다. 그저 당시에는 그가 나를 왜 붙잡지 않았는지 갈수록 화가 치솟아 서운함에 눈물이 앞을 가렸다. 자전거 타고 왔다고 비가 오는데도 자전거로 돌아가야 한다는 그의 융통성 없음이 답답했고, 게다가 접을 수도 있는 자전거여서 더 어이가 없었다. 집 앞 현관문을 열려는 순간 내가 오지 않자 밖으로 나오던 올리비에와 마주쳤고 그가 나에게 뭐라 뭐라 말을 걸었지만 난 꼴 보기 싫어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목욕탕으로 향했고 샤워기를 틀었다. 하필이면 지하철에서 내려 집으로 향하는 순간 비는 더 억수같이 쏟아 부었다. 제길 .... 새벽 2시에 길바닥에서 우산도 없이 이게 왠 꼴인가.. 서운한 감정에 휘말려 있다가 샤워를 하는데 눈물이 멈추지 않았고 샤워를 하고 나오니 불 꺼진 거실, 걸어가는데 앞도 안보이고 이거 참 거실에 불도 다 꺼둔 그의 배려 없음에 화는 더 치솟았다. 그가 있는 방에 들어가고 싶지 않아 나는 거실 불을 켜고 거실에 앉았다. 이미 시간은 새벽 3시를 향했고 올리비에가 방에서 나와 침대 방으로 가자는 것이다. 하지만 나는 너무 서운해 어느새 한국말로 화를 내고 있었다. 그가 전혀 알아듣지 못하지만 나도 답답하니 그랬던 것. 서운함이 극치에 달해 순간 소리를 지르자 쉬쉬 옆집사람들을 방해하고 싶지 않다며 계속해서 방으로 갈 것을 강요했다. 사실 이것조차 마음에 안 들었다. 아마도 내 마음속 어딘가에는 파리까지 날라 온 나를 무조건적으로 위하지 않는 그가 그냥. 다 미웠던 거 같다. 좀 더 성숙하게 상황에 대처하고 싶었지만, 그 순간에도 나보다 이웃을 생각하는 그가 미워서 죽을 것만 같았다. 결국 당신이나 방으로 가라고 소리 지르고 나서 조용히 소파에 앉아 잠을 청했다. 앞으로 펼쳐질 많은 다툼의 큰 개막식^^;;을 치룬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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