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화장실 휴지 때문에...싸울 날이 올줄이야

by 박소연

런던 올림픽 개막식날 첫 다툼 이후 우리는 다시 차분한 일상으로 돌아왔지만... 결국 휴지 때문에 그때보다 더 서러운 상황이 발생하였다. 이상하게 시아버지 밥에 돌 들어간다고 그가 화장실에 휴지를 쓰려고 할 때마다 휴지가 없었던 모양인지 “도대체 이해를 못하겠다” 로 시작해 “화장실 휴지를 왜 이리 많이 쓰나며” 휴지통을 직접 들고 나와 나에게 짜증을 확 내는 것이다. 아 … 살다 살다 내가 나이 마흔에 누구한테 화장실 휴지 많이 쓴다고 혼나보기는 처음인 상황이라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히니 정말 말이 안 나왔다. 내가 진짜 한국에서 조용히 차분히 잘 싸우는 거로 유명했는데... 완전 그런 나는 어디로 갔는지... 멍해 있다가 정신 차리고 여자는 휴지를 더 많이 쓸 수밖에 없지 않느냐? 그리고 당신은 회사 가고 나는 집에 있으니까 내가 휴지를 더 많이 쓰겠지 라고 설명하고 나니 아니 내가 왜 이런 걸 설명하고 있는거야 싶어 눈물이 날랑말랑 한 상황이었다. 그러더니 그는 “휴지로 바닥 닦았어?” 라는 거다. “아니 내가 왜 그걸로 바닥을 닦아! 볼일 보고 넣은 거지” 했더니 그는 휴지 쓰고 변기에 안 버려? 라며 묻는 것이다. 프랑스에선 왠 만 하면 대부분 휴지를 변기에 넣다 보니 내가 당연히 그렇게하는 줄 알았던 것이다. 그렇다보니 차고 넘치는 휴지통이 그로써는 도저히 이해가 안 갔던 것이다. 화장실 휴지 사건처럼 우리가 초반에 같이 살게 되면서 정말 각자에게는 당연한 일인데 상대에겐 너무 생소한 일들 투성이 였던거 같다. 아우 그래도 휴지가지고 쫌 스럽기는! 누가 회계사 아니랄까바! 암튼 나는 변기에 넣치 않는다고 대답하자 그제 서야 아 ~ 이해했다는 표정을 보이면서 방금 전까지 짜증냈던 사람은 어디가고 휙 자기 할 일 하러 가는 것이다. 그 날 저녁에 곱씹으며 화가 다시 올라 나는 내내 아무말도 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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