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서도 산으로 휴가를 자주 떠났었던 올리비에, 그는 정말 대자연을 사랑한다. 일듀를 떠난 우리는 프랑스와 스페인에 걸쳐있는 넓고 넓은 피레네 산맥에 ‘르숑’(Lechon)이라는 작은 마을에 가기로 했다. 르숑(Luchon)의 캠핑장에 짐을 풀고 내일부터 산에 오르기로 했다. 작년에 설악산을 올랐을 때 아찔한 기억에 나는 등산 스틱을 구비했음에도 불구하고 정말 오랜만의 산행, 그리고 가을에 오르는 것과 뜨거운 태양이 작렬하는 여름에 오르는 거랑은 정말 차원이 달랐다. 첫 등반은 왕복 세 시간 코스로 비교적 안정적인 코스였다. 아주 심하게 오르막길이 없어 꽤 올라갈 만 했지만 너무 덥고 간만의 산행에 나는 어린 아이들 보다도 느리게 걷는다며 그에게 핀잔을 들어야 했다. 씩씩거리며 겨우 겨우 정상에 오르자 정말 어딘가에서 요정들이 목욕이라고 하고 있을법한 신비스런 느낌의 호수가 나타난 것이다. 나의 감탄사 그대로 ‘오’ 라는 이름의 호수는 정말 ‘오~’ 그 자체! 너무 아름다웠다. 호수에 발을 담그고 있으니 이곳이 천국이었다.
우리는 하루 쉬고 그 다음날 왕복 6시간 코스에 도전했다. 도전하면서도 사실 내가 이걸 할 수 있을까 싶었다. 아니다 다를까 정말 계속 해서 나타나는 오르막길은 할 수만 있다면 당장이라도 헬기 불러 이곳을 떠나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억지로 억지로 오르막길을 오르는데 저 멀리 나의 돌아가신 아흔 아홉 살 할아버지의 실루엣이 보이는게 아닌가!! ... 아니야 ...아니야... 할아버지가 나를 부를일이 없지! 그럴 리 없어... 정신 차려... 정말 나는 돌아가시기 직전 이었다! 드디어 마지막 스키장 코스에 도착, 땡볕에 스틱하나 의지해 올라가고 있으니 내가 무슨 등반가도 아니고 정말이지 다시는 3시간 이상 오르는 산행은 하지 않으리라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 말도 섞기 싫어서 먼저 가라고 손짓했기에 저 멀리 정상에 먼저 도착해 나를 바라보고 있는 올리비에, 내가 마침내 정상에 올라오자 계속 웃으면서 내가 스틱 두개를 집고 오르막을 오르는 모습이 거북이랑 똑같았다며 흉내를 내는 것이 아닌가. 그냥 사정없이 스틱으로 찍어버렸다. 그리고 정상... 내 눈앞에 펼쳐진 웅장한 피레네 산맥, 와...거대 병풍이 좌라락 펼쳐져 있는 거 같았고 거대한 아름다움에 그야말로 압도당했다. 잠시 눈앞의 피레네 산맥 풍경에 정신을 잃고 바라볼 때는 몰랐는데 찬찬히 옆을 둘러보니 스키장이 있는 코스여서 그런지 꼬질꼬질하고 피곤한 내 옆으로 너무나 우아하게 차로 정상까지 올라오셔서 커피한잔 마시며 피레네를 바라보시다 가는 분들이 계신거다 -.- (정상은 2000미터 가까이 되는 곳임에도 불구하고 가보니 산세가 험하지 않아 차로 도착이 가능한 곳이었다). 낑낑대며 세 시간을 올라온 나는 뭔가 모르게 이상하게 억울했다.
그리고 다시 세 시간을 내려가야 하는데 너무나 피곤한 나머지 조금 내려가다가 나는 그만 심한 두통을 동반한 어지러움이 나타나 안면이 마비가 되는 것 같더니 그대로 주저앉은 것이다. 올리비에는 내가 그냥 피곤해 쉬는 줄로만 알았다 그래서 일어나 가자는 거다. 나는 도저히 못 걷겠다고 하니 그럼 나를 업고 가겠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나를 업고 ‘아이 캔 두 디스’를 외치더니 ""에게게""" 겨우 열 걸음도 못 가서 그도 다리가 풀린 것이다! 그리하여 나는 한 30분쯤 누워서 정신좀 차리고 휴식을 취하고 다시 하산했다. 그 뒤로 산은 아직까지 안타고 있다! 정말 다시 생각해도 내가 어떻게 2011년도에 설악산을 하루 왕복 9시간을 오르고 내려왔는지... 그때의 나로 돌아가고 싶었다! 나 돌아갈래~~~
다음날, 우리는 르숑에서 차를 몰라 1시간을 지나자 프랑스 스페인 국경에 도착했다. 스페인의 큰 슈퍼에 들어가니 돼지허벅지로 된 소씨송(Saucisson)이 보이기 시작하더니 엄청나게 다양한 소씨송들이 나를 현혹하는 것이다. 미친 듯이 그것들을 장바구니에 담고 우리는 다시 르숑으로 돌아왔다. 오! 금새 국경을 넘나드는 요런 재미~~ 어제의 고통은 금새 잊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