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트에서 차로 40분 정도를 달리면 나오는 생나자흐(Saint-Nazare)라는 항구도시에 도착한다! 한국에서 보통 새해를 맞이할 때 나는 친구들과 모여 술을 한잔 하고 난 후, 자주 새해 첫 일출을 보러 갔었다. 하지만 여러 번 과음과 졸음의 이유로 새해 첫 일출을 보러는 갔으나 제대로 본적은 없었다. 한번은 홍콩 여배우 장백지 (최민식과 함께 한국영화<파이란>에 출연했던 여주인공)가 출연한 로맨스 영화 <십이야>를 홍보할 때였다. 당시 1999년 12월 31일은 2000년이라는 남다른 새해를 맞이하는 해였고 심야 영화 상영이 붐이던 시절이었다. 밤 12시부터 보통 3편의 영화를 내리 상영하고 중간 중간 이벤트를 끼워 넣는 식의 행사들이 왕왕 있던 시절이다. 나는 <십이야>라는 로맨스 영화를 홍보하던 중이라 그에 걸맞게 새해맞이 연인들을 위한 행사를 기획해 키스 이벤트도 열고 했었다. 이벤트와 영화 상영이 모두 끝난 새벽, 같이 일하던 동료들과 새해 첫날 그냥 집으로 가기 서운한 마음에 남산으로 올라 첫해를 보기로 했고, 졸림에도 불구하고 꾸역꾸역 남산을 올라갔다. 차 안에서 대기하며 해가 뜨길 기다렸는데 너무 피곤했던 나머지 전원 모두 차 안에서 잠이 들어버린 것이다. 해는 언제 떴는지도 모르고^^ 새해 첫날부터 외박 아닌 외박만 하게 되었다. 몇 년 뒤 다시 오른 남산에선 또 다시 날씨 때문에 첫 일출은 보질 못했다. 새해 첫 해와 영 인연이 없던 나였고, 여전히 그 소망을 품고 있었기에 올리비에에게 새해 첫해를 보러 가자고 하니? “엥? 왜?” 라는 반응이었다. “아니 뭐 그냥 나는 그러고 싶네” 라고 하자 낭트가 위치상 서쪽이라 일출을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아 그렇치...게다가 친구들과 전날 파티를 하는데 술을 마시고 첫 일출을 보려면 음주운전을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어우 있을 수 없는 일이었기에 프랑스에서 맞이하는 첫 새해였지만 나는 과감히 일출을 포기했고 대신 바다나 보러가자 라고 했다. 그리하여 낭트에서 40분 정도 차로 달리니 생나자흐 바닷가에 도달했고 어느새 해가 뉘엿뉘엿 지려고 해 우리는 새해 첫 일몰을 같이 보게 되었다. 문득 유럽 여행의 붐을 일으켰던 영화 <비포 선 라이즈>가 생각이 났다. 영화 속 주인공처럼 우리는 유럽의 어느 낮선 도시에서 처음 만나 사랑에 빠졌고, 2탄 <비포 선 셋> 에선 헤어졌던 주인공들이 다시 만나 일몰이 지기 전 까지 시간을 보내고 서로의 관계가 어쩌면 달라질 수 있음을 암시했듯이, 우리의 관계도 영화의 결말처럼 앞으로 어떤 일이 펼쳐질지 그저 궁금하고 설레는 기운이 가득했던 것 같다. 너무나 평화로운 일몰을 바라보니 내 마음도 덩달아 평화로워졌다. 그래서 그는 알아듣지 못했지만 그에게 한국말로 한마디 건넸다. “올해도 잘 부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