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만에 멀어진 공정여행

필리핀 마닐라 / 14년 전 여행

by 소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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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여행에 관한 책을 읽고

이왕이면 현지 식당을 이용하고 호텔 물도 아끼고

머~ 이런저런 작은 계획들이 생겼다.

인트라무로스에서 도둑을 만난 후

리잘 공원을 지나

시티은행에서 돈을 찾았는데

두툼한 돈뭉치가 든 지갑주머니가 신경 쓰여 식은땀이 난다.

헌데 번화할 거라 예상했던 에르미타 거리가

좁고 지저분하고

언제든지 달려들 거지 소년, 소녀들이 뛰어다녔다.

이렇게 긴장하고 나니 공정여행이고 머고 안전이 최고다.

호텔에 돌아와 졸졸 나오는 물에 샤워를 하며

내 공정여행의 범위가 자꾸 좁아지는 걸 깨달았다.

모도 도도 아니구나 난.

누구처럼 자기만의 시각으로 치열한 여행을 하는 것도 아니고.

남에게 이웃에게 도움이 되는 친절한 여행을 하는 것도 아니고.

내 맘 편하자고 여기저기 갖다 붙이는 내 이상.

또 한 꺼풀 벗겨지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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