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라왁 / 14년 전 여행
라왁 공항에 내려 지프니를 탔다.
내릴 곳을 몰라 계속 신경 쓰고 있는데
지프니를 운전하시는 할아버지 그냥 있으란다.
손님이 다 내리니 어디 가냐고 묻는다.
"Hotel Tiffany"
지프니 할아버지가 좋은 호텔이란다.
그 앞까지 데려가더니 짐까지 날라주신다.
호텔이 2층인데 내 배낭을 메고 올라가신다.
머릿기름까지 바른 멋쟁이 할아버지였는데
너무 마르고 까매서 아버지가 아팠을 때가 떠올랐다.
이럴 바엔 팁을 좀 주자 생각하며 안 말렸다.
그런데 이 할아버지 참 재밌다.
호텔에서 신문을 챙겨보며 계속 주위를 맴돈다.
숙소 주인에게 무얼 묻기도 하고
서비스로 받은 오렌지주스도 한잔 마시고
무언가 으스대는 그리고 호텔을 누리는 행동이랄까 ㅎㅎㅎ
참고로 내가 묵은 호텔은 1000P 27000원짜리 오래된 호텔이었다.
침구가 너무나 오래되어서 다 닳아버린 호텔이다.
내가 3층에 안내되는 걸 보더니
또 내 짐 서비스를 하려고 하신다.
더 줄 잔돈이 없었으므로 "That's OK!"
할아버지가 그냥 웃는다.
이렇게 라왁이 좋아졌다.
아니 비행기가 해변과 나란히 달릴 때 이미 반했지.
땅은 초록이었고 바다는 파랬고
작은 집들은 꼭 지브리 애니에 나오는 동네처럼 예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