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간 구시가지

필리핀 비간 / 14년 전 여행

by 소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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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간은 너무 덥다.

숙소에서 향초에 취해 졸다가 오후 4시쯤 나왔건만

1시간도 밖에 못 있겠다.

더위를 잘 안타는 편인데도 못 견디게 덥다.

졸리비에 들어와 창가에 앉았는데 한참 동안이나 땀이 안 가신다.

창가에 앉는 게 당연하지 않은가?

밖을 볼 수 있으니.

그러나 거지가 유리창에 바짝 다가와

이미 다 먹어버린 스파게티 상자를 오도카니 바라본다.

이러면 안쓰러운 걸 떠나 위협을 느낀다.

그렇다. 필리핀에선 창 가에 앉는 것도 양심과 싸워야 한다.

너무 많은 트라이시클과 운전자, 깔레샤 운전자, 아이들.

너무 더워서 먹을 수 없었던 노점들.

엄청난 규모의 프랜차이즈 식당들.

과연 필리핀의 특징은 무얼까 생각해 본다.

라왁에서 비간으로 오는 도중 봤던 그 평화롭고 아름다운 풍경 뒤엔

아픔이 잔인함이 있겠지.

마닐라보다 나아 보이던 이곳도 이쯤 되면 잘 모르겠다.

공정여행을 생각하면서도 결국 이용하는 건 프랜차이즈 식당.

내 이중성에 괴로운 여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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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을 때마다 나 자신과 내가 배워온 세계의 허위가 보였다.

-후지와라 신야의 인동방랑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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