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바기오 / 14년 전 여행
비간에서 라 유니온까지 해변도로를 달린다.
창밖으로는 당장 내리고 싶은 근사한 해변이 펼쳐지거나~
가난을 제대로 보거나~
버스는 어느덧 구불구불 위험한 산길을 오르기 시작했다.
산비탈마다 가파르게 놓여있는 집들이 내가 오르는 길만큼 아슬아슬하다.
바기오로 들어서는 길 아래 가파른 벼랑과
산 계곡에서 피어오르는 물안개가 인상적이었다.
바기오, 생각보다 정말 크다.
필리핀 북부엔 띄엄띄엄 사람도 적고 집도 적을 줄 알았는데
집도 사람도 가득 차 있어 놀랐다.
버스정류장에 내려 정류장에서 손님을 기다리는 택시를 타게 되었다.
미터? 손으로 가리키고 보니 미터는 벌써 켜져 있었다.
이미 40~(다른 택시는 35부터 시작)
홀리데이 빌라 코트, 플리즈.
너 한국사람이구나? 너 거기 돈 냈어?
예약했어요.
돈 낸 거야?
나는 잠시 못 알아듣는 척한다. 거짓말은 바로 안 나오니까.
거기 오래됐어. 별로야. 저건 어때?
창 밖에 성큼 다가오고 있는 호텔을 손으로 가리킨다.
택시기사가 다시 손가락으로 여기저기 다른 호텔들을 가리킨다.
저건 어때? 저건? 저 오렌지 호텔은 어때?
아무래도 택시 기사가 데려가면 수수료를 받나 보다.
나는 노우~
열 번쯤 다시 다른 호텔을 제안한다. 안 되겠다.
나 벌써 돈도 냈어요.
그제야 요기조기 가리키던 손가락을 멈추고 뚱해져 있다.
그때부터 대화 뚝. 다행히 숙소가 가깝다.
내리려는데 기사가 택시비를 뿔려 말한다.
100P야.
난 짐부터 다 내리고 창문을 통해 가진 잔돈을 다 건넨다.
결국 그는 3P정도를 더 받았다.
돈을 보더니 이번엔 기사가 노우~
땡큐! 난 재빨리 가방을 메고 호텔로 쏙!
내가 필리핀에서 만난 유일한 택시 사기 아저씨.
뭐 이 정도면 이집트보단 낫다. 요르단보단 훨 더 낫고.
그래도 계산해 보면 50도 안 나왔는데 58을 받았으니 좀 더 받은 셈.
힘내세요 아저씨.
앞으로 정직하시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