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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돌맘 Jan 24. 2022

1.암환자가 되다, 그것도 혼자 미국에서

"Hi, this is Dr. A's office, can I talk to 차돌 맘? "

"Hi, this is 차돌 맘, actually I am in the middle of teadching now, can I talk to you later?"

"Oh, okay, I just want to let you know about the result of your Biopsy, then you can call me back later"

".... hold on one second... "


가을 날씨가 너무 좋아서 학교에 티칭을 하러 가기 싫었던 10월의 어느 날 오후 시간, 9월부터 새로 피아노를 시작한 이쁜 꼬마 여학생의 레슨 시작과 동시에 병원에서 걸려온 한통의 전화를 시작으로 나의 유방암 진단과 수많은 검사, 수술, 치료로 이어지는 기나긴 4개월 장정이 펼쳐지게 되었다.

결혼과 동시에 시작된 미국 생활, 13년을 미국에서 지내다가 서울로 귀국해서 6년, 다시 미국으로 들어와 엄청난 코로나 시국을 겪으며 이제 좀 자리를 잡아가던 중이었다.

전화통화는 2-3분 남짓, 학생의 레슨이 어찌 마무리가 되었는지, 그 학생 뒤로도 나는 세명의 레슨을 더 하고, 머릿속에서 웅웅 소리가 나는 상태로 운전을 해서 집으로 왔다.


너무나도 다행히 너는 초기, 크기도 2 mm 가 채 안 되는 정말 정말 초기라는 기뻐해야 할지 슬퍼해야 할지 모를 간호사의 친절한 설명과 함께, 바로 같은 주간에 유방외과의사 외래 약속과 MRI 촬영 약속이 잡혔다. 의사를 보기 전에 숨넘어간다는 열악한(?) 미국의 의료시스템을 익히 알고 경험한 나로서는, 내가 심각하긴 한가 보구나 짐작이 되는 순간이기도 했다.

누구에게 먼저 얘기를 해야 하나, 아이들은 모두 학교 기숙사에 들어가 있고, 남편은 한국에 있고, 난 여기 혼자인데... 수술을 한국에서 해야 하나 미국에서 해야 하나, 그러면 일은 모두 다 그만둬야 하나, 그리 되면 나는 또다시 원점부터 시작인데... 그야말로 밤을 하얗게 지새우고, 뜨는 아침해를 보면서 나는 책상에 앉아 상황 정리를 하며 내가 할 일을 적어나가기 시작했다.

누구에게 이 황당하고도 기막힌 상황을 먼저 알릴 것이며, 누구에게 의학적 조언을 구할 수 있을지 그리고 내가 이 시점 여기서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은 과연 무엇인지, 펜을 들고 끄적이다 보니 조금은 엉클어진 머릿속이 정리가 되는 듯했다.


그렇게, 나의 2021년 가을은 요란하고 황당하고 암담하게 시작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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