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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ymilk Oct 31. 2016

오늘도 먼저 들어주는 너에게

#생각 하나.


사람들은 말이 참 많아. 오늘도 무슨 일이 있었는지, 거기서 느낀 감정이 뭐였는지, 이건 어때야하고 저건 어때야하는지, 따지기도 늘어놓기도 좋아하지.


그래서 가끔 난 내가 하고 싶은 말을 꾸욱 참고 먼저 들어. 상대방 눈을 쳐다보면서, 고개를 끄덕이면서.

'맞아~' '힘들다 그건' '진짜?' 같은 추임새도 넣어가며, 열심히 들어줘. 말이 길어지면 속으로 딴생각을 잠시 하기도 해. '이 다음엔 내가 어떤 질문을 할까?' '이 얘기를 나한테 하는 이유가 뭘까?' '자리를 떠야하는데 언제가 좋을까?'


'잘' 말하는 것 만큼, '잘' 듣는 것도 열심히 해야하는 일이야. 누가 그랬는데, 대화의 주도권은 듣는 사람이 갖고 있는거래. 많은 말을 한다고 그 사람이 돋보이는 건 아닌 것 같아. 열심히 고개를 끄덕이고 조용히 들어주는 내가, 더 멋져보일 수도 있어.


#생각 둘.


힘들 때 생각나는 건 대단한 조언가가 아니라, 내 얘기를 가만가만 잘 들어주었던 사람이야. 나는 그런 사람들을 솜사탕 하늘 같다고 말하고 싶어. 어렵게 고민을 꺼내는데, 자기는 더한 일도 겪었다며 마이크를 잡아채버리는 사람은 피곤해. 그래서 누군가가 나를 붙잡고 길게 얘기하는 게, 나는 반갑고 신기해. 나를 마음속으로 안전하다고 여기는거고 의지한다는 거잖아.


내가 주변 사람들에게 얘기를 늘어놓기만 하는지, 아니면 들어주기만 하는지 가끔은 체크해볼 필요가 있을지도 몰라. 사람마다 성향이라는 건 존재하지만 한쪽으로만 기울어 있으면 건강하지 못하다는 거 아닐까? 나도 풀 데도 있어야하고, 들으면서 배우는 것도 있어야지. 그런 사람들의 얼굴을 하나 둘 떠올려보면, 걔는 잘 있나? 궁금해지면서 마음이 따뜻해져. 감사하잖아. 뜬금없이 추운 밤 잘 사냐고 연락해도, 프로필 사진을 보다가 살쪘다고 놀리고 놀림받아도 피식 반가운 웃음을 퍼지게 하는 그런 사람들이 있다는 게.


#생각 셋.


나는 가끔 점심 약속을 비워놔. 저녁약속도 안 잡아. 내가 만나고 싶은 사람들을 만나느라, 내가 하고싶다고 계획했던 일만 하느라 내 시간을 다 쓰지 않으려고 해. 나를 만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생길수도 있고, 내가 의도하지 않았던 그런 인연들이 생길 수도 있잖아. 맨날 가던 길을 바꿔서 가보기도 해보고, 한 정거장 미리 내려서 걸어가보기도 해. 그래 맞아, 피곤한 일이야. 꼭 해야겠다고 생각하지 않는거지. 내맘이니까. 그래도 괜찮잖아.


물론, 아무일도 안 일어나도 그냥 쉬는 것도 너무나 기분 좋은 일이야! 하하. 결론이 없는 이런 글처럼, 휘릭 날려버리고 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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