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 마음은 굴뚝같은데, 왜 시작은 어려울까

by 뾰로롱STella

“취미가 꼭 있어야 하나요?”

이 질문은 언뜻 들으면

단순히 여가를 의미하는 것 같지만, 더 깊이 들여다보면 그 안에는

‘나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알고 있나요?’

라는 물음이 숨어 있다. 나도 한때는 이 질문 앞에서 한참을 멈춰 서 있었다.





02. 마음은 굴뚝같은데, 왜 시작은 어려울까


“요즘 취미 있으세요?”

취미가 뭐냐는 질문을 받으면 왠지 당황하게 된다.


‘취미? 그게 뭐였지? 언제 했더라?’ 머뭇거리는 그 순간, 나는 내 삶이 텅 빈 듯한 기분에 빠진다. “글쎄요...”라고 말문을 열고 “예전에 사진 좀 찍었어요.” “컬러링북 사서 색칠해 봤어요.”라고 말끝을 흐린다. 대부분의 대답엔 “요즘은 안 하지만”이라는 전제가 숨겨져 있고, “가끔”이나 “잠깐” 같은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그리고 금세 정정하듯 말한다. “아, 그걸 취미라고 하긴 좀 그렇죠?”


나는 우리가 쉽게 취미를 갖지 못하는 이유를 세 가지 정도로 정리해 보았다.

첫째, 우리는 취미를 지나치게 거창하게 생각해 온 경향이 있다. 마치 매일 꾸준히 해야 하고, 남들에게 당당히 보여줄 만한 실력이 있어야만 비로소 ‘취미’라고 떳떳하게 말할 수 있다고 스스로 규정짓는 것이다. 사전에서 ‘취미’를 찾아보면 ‘전문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즐기기 위하여 하는 일’이라고 명확히 적혀 있다. 하지만 우리는 마치 누가 평가라도 할 것처럼 조심스럽게 말한다. 스스로 만들어 놓은 높은 기준 때문에, 좋아하는 일을 취미라고 선뜻 말하지 못

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저 즐기기 위해 하는 일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취미’라는 단어에 과도한 의미와 조건을 부여해 온 것이다. 사실 취미란 능숙하지 않아도, 자주 하지 않아도 되는 순수한 개인의 즐거움일 뿐이다. 우리는 그 단순하고 명쾌한 정의를 스스로 너무나 어렵게 만들어버렸다.


둘째, 우리는 하고 싶은 이유보다 하지 못할 이유를 더 많이 찾는다. 해보고 싶은 이유가 하나일 때, 시작을 방해하는 이유는 다섯 개쯤 된다. 실제로 오늘 하루 지인들에게 “취미가 뭐예요?”라고 물었을 때 돌아온 대답 중엔 “바빠서요.” “체력이 안 돼서요.” “아이가 어려서요.” “정보가 없어서요.” 그리고 “아직 준비가 안 됐어요.”와 같은 답변들이 돌아왔다. 취미가 무엇인지 묻는 질문에, 왜 취미를 가질 수 없는지에 대한 이유를 늘어놓는 모습은 어딘가 씁쓸하게 느껴진다. 그들의 답변에는 늘 ‘지금은 안 돼요’라는 문장이 숨어있다. 그리고 그 ‘지금’이라는 시간은 좀처럼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하나의 바쁨이 지나가면 또 다른 핑곗거리가 이어지고 결국 우리는 ‘언젠가’라는 막연한 미래만 되풀이하며 살아간다.


셋째, 즐거움조차 당위성을 가져야만 허락되는 사회 분위기 때문이다. 학생은 공부, 청년은 취업, 부모는 육아. 그 외의 시간은 모두 생존을 위한 시간이어야 한다는 암묵적인 강요. ‘그 시간에 남들은 얼마나 치열하게 사는지 알아?’라는 주변의 말 한마디에 우리는 너무나 쉽게 위축된다.


그러니 이제 조금씩 변화를 시도해 보자.

매일같이 고단한 일상 속에서도, 내가 진정으로 좋아하는 것, 재미있어하는 것 하나쯤 은하며 살아보는 것은 어떨까. 거창할 필요도 없고,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 물론 어떤 이들에게는 취미라는 단어 자체가 사치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하루하루를 버텨내는 것만으로도 벅찬 상황 속에서, '좋아하는 일을 해보라'는 말은 쉽게 와닿지 않을 수 있다. 그래서 이 글은 '당장 무언가를 시작하라'라고 강요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언젠가는 자신을 위해 아주 작게나마 틈을 내는 것도 가능하다는 것을 잊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아주 사소한 즐거움이라도, 오롯이 나를 잠시나마 돌아보는 행위라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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