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연말은 운이 좋게 사랑하는 사람들과 따뜻하게 보낼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인생 처음으로, 12만 원이나 되는 거금을 들여 180센티미터나 되는 대형 트리를 구매했다.
예전의 크리스마스는 늘 2–3일을 남겨두고 급하게 소품을 구매해 대충 분위기만 내며 지나가곤 했는데,
올해는 11월 말부터 준비를 시작해 거실 한쪽 구석에 놓인 180센티의 대형 트리는 하루하루 살이 붙으며 나름의 구색을 갖춰가고 있다.
직장에서의 생활도 어느 정도 안정을 찾아가고,
30대에 접어든 지도 시간이 좀 지나니 나도 점점 여유라는 게 생겨가나 보다.
몇년만의 참 따뜻하고 평온한 연말이다.
트리 가지 위에 귀여운 나무정령 인형과 체리 인형을 앉히고, 하얀색 진주와 금색 반짝이가 달린 장식 볼을 가지 끝에 매달던 중 문득 이런 의문이 들었다.
사람들은 왜 연말이 되면 전나무나 소나무 같은 상록수를 장식하기 시작한걸까.
그러다 며칠 전 걷던 늦가을 연남동 거리가 떠올랐다.
낙엽이 비처럼 흩날리던 11월 셋째 주 주말.
아직 잎이 풍성하게 남아 있는 나무도 있었지만, 어떤 나무는 낙엽이 완전히 다 떨어져 발가벗겨진 사람을 연상케하는 아주 앙상하고 볼품없는 모양새를 하고 있었다.
그 가엾은 나무를 보고 있자니 마음이 처량해졌고,
따뜻한 털옷이라도 입혀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반면에 상록수는 사계절 잎을 간직한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나는 발가벗겨진 상록수를 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어쩌면 트리를 장식한다는 건, 앙상한 가지를 덜 앙상하게 만들기 위해서가 아니라, 이미 잎이 풍족한 나무를 더 풍성하게 만들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마음에서 비롯된 걸지도 모른다.
사람들은 겨울에도 잎이 떨어지지 않는 전나무를 자기 자신이라 여기며, 추운 겨울이 와도 생기와 온기를 잃지 않겠다라는 다짐을 담아 장식을 더해온 것 아닐까.
나도 연인과 트리를 꾸미며, 지금의 이 트리만큼이나 풍성하고 따뜻한 연말을 보내는 자신을 떠올려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