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군분투하며 일만 시간을 채워가고 있는 당신과 나를 위한 응원가
나는 방송사별 다양한 음악 경연 프로그램을 참 좋아한다. 미스 트롯, 미스터 트롯, 팬텀 싱어, 싱 어게인 그리고 아들들이 좋아하는 쇼미 더 머니, 고등 래퍼까지 모든 장르의 경연 프로그램은 빼놓지 않고 거의 시청하는 편이다. 다양한 참가자들의 인생 이야기와 발전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도 감동이고, 심사위원석에 앉은 고수들의 예리하고 따뜻한 심사평을 듣는 것도 경연 프로그램의 찐 재미다.
모든 경연 프로그램을 보면, 참가자들은 어느 수준 이상의 실력의 소유자들이다. 그들을 본선으로 올려놓는 것은 어떤 곡이든 ‘나만의 스타일’로 해석하여 불러낼 수 있는 능력이다. 회가 거듭될수록, 자신의 장점을 잘 보여줄 수 있는 선곡, 연습량을 바탕으로 한 자신감, 무대에서의 집중력, 어느 한 가지라도 흐트러지면 탈락의 고배가 참가자들을 기다린다.
며칠 전, 채널을 돌리다 온 나라에 트로트 열풍을 몰고 왔던 미스 트롯 2의 예선 방송을 보게 되었다. 1회가 워낙 성공했고, 요즘 트로트의 인기에 따라 가수들의 몸값이 치솟고 있어서인지, 정말 많은 참가자들이 지원한 것 같았다. 참가자들을 몇 개의 조로 나누어 예선을 치르는데, 작년 고배를 마시고 다시 칼을 갈아 도전한 ‘재도전팀’의 무대가 방송 중이었다.
한동안 보고 있는데, 예쁜 얼굴에 불면 날아갈 듯한 가녀린 모습의 참가자가 나왔다. 노래를 부르기 전, 본인 소개를 하는데 손가락으로 코를 가리키며 “코끝 세우고! 이번에 다시 도전한 김의영입니다.” 하며 한껏 예뻐진 외모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노래 경연을 위해 성형수술까지 했다니 각오가 정말 대단하다 싶었다. “잘해라!” 심사위원석에서 나지막한 응원의 소리들이 들렸다.
노래가 시작됐다. 도입부부터 캡사이신 같은 고음으로 내지르는 “용두산 엘레지”라는 곡을 단 한 곳도 막힘없이 불러냈다. 심사위원들 모두가 그녀의 발전에 열광했고 여러 심사위원으로부터 1등 후보라는 극찬을 들었다.
심사위원인 장윤정 가수는 격앙된 목소리로 “원래도 노래를 잘하는 참가자였는데, 그때에 없었던 파워가 대단히 늘었고, 그때 약간 흩날렸던 기교가 파워를 딱 타고 그냥 제때 딱딱 찍히면서 노래를 부르는 거예요. Top 5는 무조건 들겠어요.”라는 심사평을 했다.
노래가 계속되는 동안, 참가자가 노래를 강하게 잡고 흔들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그게 역시 당락을 결정하는 요인이구나. 그렇다면 그 파워란 어디서 나오는 걸까?
마치 구약성경 사사기에 등장하는, ‘삼손의 힘의 원천을 찾는 데릴라처럼’ ‘탁월함을 만드는 힘’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하는 질문이 생겨났고 그 때부터 답을 찾는 나의 여정이 시작됐다.
맨 처음 프리미어 리그 축구에 빠져 있는 아들에게 물었다. ”세계적인 축구선수들은 어떻게 만들어지는 것 같아?” 엄마의 갑작스러운 축구에 대한 관심에 의아해하는 눈초리로 아들은 대답했다. “타고나야 되는 것 같아. 타고나고서도 체계적으로 훈련을 받은 선수들이 계속 잘하는 것 같아.”
그렇지. 어느 분야 든 일단 재능이 있어야 하고 또한 체계적인 훈련이 필요하겠지.
다음은 현 NBA 농구의 MVP를 두 번이나 거머쥔, 5년 연봉이 2,000억 원을 넘는다는 세계 최고의 농구선수 스테판 커리의 마스터클래스 영상을 보았다.
5살에 농구를 시작한 그는 고등학교까지는 도전 정신없이 쉬운 선택만을 하다, 대학팀에 선발되지 못하게 된다. 독하게 마음을 먹고 스스로 자신의 실력을 증진시키기 위해, 철저히 분석하여 자신만의 슈팅 스타일을 만들고, 죽기 살기로 연습한 과정을 통해 그는 세계 최고의 선수로 거듭날 수 있었다.
단신이라는 장애를 극복하겠다는 그의 간절함이, 어떻게 해야 먼 거리서 가장 정확하고 파워풀한 슛을 쏠 수 있는지에 대해 연구하고 연습하게 만들었으며, 그렇게 그는 ‘파워를 마스터한 파워슛의 달인’이 되었다.
파워를 내기 위한 그의 방법은 발가락부터 손가락 끝까지를 목표를 향해 일치시키는 것이었다. 팔로 슛을 쏘는 것 같이 보이는 농구에서도, 힘은 하체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한다. 몸의 방향이 결국 힘의 방향을 결정하기 때문에 열 발가락, 두 다리와 골반, 가슴과 어깨 모두 목표를 향해 90도 각도로 바른 자세를 갖춰야 한다고 말한다.
실제로 그의 슈팅 장면을 보면 온 몸이 골대를 향해 일식선을 그리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시선도 골대 링에 달려있는 네트의 가운데 두 매듭만을 바라보며 슛을 쏜다고 한다. 흐트러지지 않는 집중력을 이야기하는 듯했다.
세계 최고의 농구선수로 평가받는 그지만 단 하루도 빠지지 않고 연습을 한다. 연습을 시작하면서 처음에는 골대 근처에서 기본자세를 유지하며 가장 쉽게 골을 넣어보면서 자신감을 얻고, 조금씩 골대에서 거리를 떨어뜨려가며 결국에는 코트 어느 곳에서든 골을 넣을 수 있도록 루틴을 정해 연습을 한다.
커리는 매일의 연습과 경기를 자신과의 싸움으로 생각했다. 연습을 하다가도 발전이 없으면 체육관을 떠나지 않는다고 했다. 경기 전에도 자신의 멘털을 관리하기 위해 철저히 분석하고 준비한다고 한다. 그의 17편의 마스터클래스 영상을 보고 나니 ‘그는 농구를 통해 예배를 드리는 예배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으로 그가 세상에 던지는 메시지는 “자신의 일을 사랑하고, 스스로의 팬이 되며, 자신의 최고치를 넘어설 수 있도록 시도하라!”였다.
‘탁월함을 만드는 파워’에 대한 나의 리서치를 마감하기 위해, 21세기 가장 위대한 논픽션 작가로 평가받는 작가 말콤 글래드웰의 ‘아웃라이어’라는 책을 펼쳤다. 바로 이 책을 통해 ‘한 분야에서 탁월함을 이루기 위해서는 1만 시간을 들여야 한다’는 ‘1만 시간의 법칙’이 소개되었기 때문이다.
바이얼리니스트든, 아이스하키 선수든 혹은 빌 게이츠나 스티브 잡스와 같은 천재 기업가든, 그들은 학창 시절 재능이 발견되고 이어지는 기회를 통해 그 분야에 빠져들게 된다. 그리고 그들은 학업을 지속하면서도 매일 자신의 분야에서 잠을 아껴가며 바이올린과, 스틱 그리고 컴퓨터와 지속적인 씨름을 한다. 그러다 10년쯤의 시간이 지나, 1만 시간 정도가 채워졌을 즈음 그들의 탁월함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 오게 된다는 것이 책의 핵심 줄거리이다.
그렇다면 나도 어떤 일에 1만 시간을 들이면 그들과 같은 탁월함의 경지에 오를 수 있다는 걸까? 길게 잡아 10년 동안 1만 시간을 채운다고 생각해보면, 매일 얼추 3시간을 들여야 하는 데, 아이들을 키우고 살림하면서 하루 3시간 이상을 집중할 수 있을 만큼, 재미있고 또 잘하고 싶은 일이 무엇일까?
아마도 읽고, 쓰는 일이 아닐까?
1만 시간이라는 거대한 덩어리의 시간을 하루분으로 쪼개 내고 나니, 하루 3시간씩을 별도로 덜어내어 나의 10년 뒤를 위해, 나의 모든 힘을 연결해 투자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아침 두 시간 저녁 두 시간이면, 십 년보다는 좀 더 일찍 일만 시간의 그날이 오지 않을까?
스테판 커리의 슈팅 장면을 머릿속으로 그려보며 여기저기로 흩어졌던 생각과 에너지를 집중시켜본다.
TV 음악 경연 프로그램 이야기로 다시 돌아가, 싱 어게인이라는 경연 프로그램 본선에서 헤비메탈이라는 돈 안 되는 음악 장르에서 오랜 시간 음악을 하다 출연한 29호 가수 정홍일 출연자의 무대를 보게 되었다.
들국화의 <제발>이라는 노래를 부르며 두려움 없이 온몸을 악기 삼아 고음을 내는 그의 감동적인 무대를 보면서, 무명의 설움을 견뎌내고 지금까지 남들이 들어주지 않는 노래를 부르고 또 불렀던 자신의 모습을 기억하는 또 다른 자신이 그의 파워의 원천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에게 재능을 부여했던 신조차 그의 변치 않는 음악에 대한 헌신에 박수를 보내고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 끝나지 않은 경연에 그에게 좋은 결과가 있기를, 오늘도 포기하고 싶은 길에서 흔들리지 않고 일만 시간을 채워 나가고 있는 모든 이에게 신의 가호가 있기를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