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바톤터치
내 인생의 가장 애달픈 두 사람. 친정엄마와 아들!
손자는 타향으로 공부하러 떠나기 전날, 외갓집에 들러 할머니가 해주신 맛있는 밥을 배불리 먹고 할머니 품에 안긴 채 한참을 있었다. 세상을 향해 날아오르기 전 긴장으로 웅크린 몸과 마음을 세상 가장 따뜻하고 너른 할머니 품에서 이완시키고, 춥고 배고픈 순간마다 그 온기의 기억을 꺼내보려는 듯, 할머니의 사랑을 온몸으로 충전시키고 있었다.
그림을 배우던 초기,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평생 인물 스케치 한번 해본 적 없으면서 가족의 얼굴부터 그리기 시작했다. 지금 보면 구도와 붓터치와 색의 배합이 어설프기 짝이 없다.
그런데도 피사체에 대한 애정만은 느껴진다. 얼추 실물과도 비슷하다.
그래서 시작부터 알게 되었다. 의미가 있어야 그릴 수 있다는 걸. 반대로 그림을 그려가며 내게 진짜 중요한 것들을 알아갈 수 있다는 걸.
한 사람은 나를 이 세상에 존재케 해준 사람, 다른 한 사람은 나를 통해 이 세상에 존재하게 된 사람. 나의 역사와 미래.... 아까울 게 없이 받았고, 그래서 아까울 게 없는.
두 사람의 사진을 바라보고 있으면, 이상하게도 작아진다. 그저 나는 가족의 이야기를 이어가는 바톤터치 주자일뿐인데 하는 생각이 든다.
무슨 바톤을 아들에게 넘겨야 하나.
세상 단 한 사람한테라도, 그림 속 아들의 얼굴처럼 평화롭고 안전함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
그림을 그리며 오늘도 나의 삶을 가다듬어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