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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와 함께 세계여행

파리의 물총새

by 블루비얀코

나이가 들면서 여행이란 단어는 예전처럼 기대로 가득 찬 부푼 희망의 감정만을 동반하지 않는다. 예전엔 하늘 위 떠있는 비행기만 봐도 그 안에 몸을 싣고 미지의 세계로 날아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는데 이젠 가능함 피하고 싶은 마음이 더 크다.


일상의 루틴에서 벗어나면 회복이 더 오래걸리기도 하고, 특히 프리랜서의 삶을 살면서 루틴이 곧 나요, 삶을 만드는 과정이라는 생각이 더욱 확고해지니 먹는 것, 자는 것, 시간 활용까지 루틴에서 벗어나는 것은 큰 부담으로 다가온다.


그렇다고 낯선 곳들이 담고 있는 이야기에 대한 호기심과 그것이 주는 감동에 대한 갈망은 줄었다는 건 아니다. 매일이 호기심 천국이다. 그래서 책을 읽고, 영화를 보고, TV 속 여행프로그램을 보는 것으로 대신하기도 한다.


좋아하는 새를 그리며, 나만의 시그니처를 담는 방법은 무엇일까?


새도 잘 못 그리면서 또다시 나만의 것을 만들어갈 기획을 하고 있다니...


어쩌란 말인가? 나란 사람이 일단 나만의 특별한 이유와 재미가 없으면 에너지가 쏟아지지가 않는 걸.... 나도 이런 나 데리고 살기가 쉽지만은 않다.


그래! 새를 여행시켜 보자. 맘에 드는 새를 고르고 그 새와 맞는 도시의 랜드마크를 배경으로 그려 넣는 거다! 건물과 구조를 그리는 것도 흥미로우니. 그림 속에서 전 세계를 여행하는 거지. 그러다가 진짜로 가고 싶은 곳이 생기면 가보는 거고.


혼자 생각에 절로 신이 나서 맘에 드는 물총새 한 마리를 골라 그린다. 물총새 깃털의 푸른색과 주황색의 대비가 유난히 화려하다.


화려함의 도시는 어디일까? 두말할 것도 없다.


물총새 in Paris!


파리의 랜드마크 에펠탑의 사진을 찾아 구조를 요리조리 살핀다. 에펠탑이 이렇게 생겼구나!


역시 그저 보고 지나쳤던 것과 그림을 그리기 위해 관찰하는 것은 확연히 다른 수준의 관찰과 집중력을 요구한다.


배경으로 그려진 에펠탑이 너무 진하게 그려져 원근감이 느껴지지 않는 게 아쉽지만 어디 첫술에 배부르랴. 그래도 나만의 기획을 그림으로 그려낸 게 어디야!


기특하단 말이야!


그림 속 물총새도 지나가는 자존심 강한 파리지엥을 보고 동화된 듯 부리를 위로 한껏 높이 세우고 있다.


새와 함께 세계여행!


앞으로의 여정이 진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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